[헬로티=이동재 기자]
지난달 26일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인공지능대전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다양한 기업과 기관이 인공지능을 접목한 첨단 기술을 뽐냈고, 참신하고 흥미로운 기술이 참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중에서도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주목한 분야는 단연 ‘자율주행’이었다.
▲지난 3월 24일부터 26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인공지능대전 전시회장. (출처 : 이동재 기자)
전시회를 지배한 자율주행 바람
자율주행차는 친환경에너지차와 함께 미래차를 설명하는 중요한 양대 키워드다. 어릴적 상상 속에서 존재했던 저절로 가는 자동차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완벽한 단계는 아니지만 운전자가 조작하지 않아도 스스로 움직이는 자율주행 기술이 부분적으로 적용된 차량이 판매되고 있고, 기술은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어, 2030년을 자율주행 상용화 시기로 예측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국가의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부처에서 범부처 국가지정사업으로 선정하고 천문학적인 재정을 쏟아붓고 있을 만큼, 자율주행차는 중요한 산업 분야로 여겨지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선도적인 기업과 기관이 자율주행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나와 자체개발한 솔루션을 공개했다. 국내 자율주행 기술의 수준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전망은 어떤지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위고 로보틱스의 자율주행차. (출처 : 이동재 기자)
전시회 속,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
자율주행차는 다른 전자기기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한 대의 완벽한 자율주행차가 탄생하기 위해선 고도화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반도체, 내부선 등 다양한 부품에서 기존의 것보다 더 진보한 기술이 필요하다.
우선 자율주행을 수행하는 자동차는 차량에 장착된 라이다, 카메라 등으로부터 주행환경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량의 데이터를 받아 처리해야 한다. 당연히 기존의 차량 부품 제조 방식을 따르면, 폭발적으로 증가한 데이터량을 감당할 수 없다. 데이터를 전달하는 데 쓰이는 다양한 장치의 진화가 필요한 이유다.
1. 지능형 반도체(AI 반도체) - 모빌린트
최근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스타트업 모빌린트는 자사의 지능형 반도체 개발 현황을 공개했다.
▲모블린트의 지능형 반도체를 적용한 기술들. (출처 : 이동재 기자)
지능형 반도체는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를 통합한 형태의 반도체로, 딥러닝(AI 기법)과 같이 대량의 데이터를 다루는 연산에 최적화된 프로세서다. 동시다발적인 연산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 향후 자율주행뿐 아니라 사물인터넷(IoT)과 같이 스마트 기능이 수행되는 다양한 산업에서 쓰일 수 있다.
딥러닝을 통한 인공지능 솔루션이 4차 산업의 핵심으로 부상한 가운데,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반도체인 GPU는 복잡한 인공지능 솔루션을 수행할 때, 가격과 성능 면에서 한계가 있다. 지능형 반도체는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프로세서로서 각광받고 있다.
모빌린트는 현장에서 자체개발한 FPGA(프로그램이 가능한 비메모리 반도체)와 ASIC(사용자의 주문에 맞춰 설계, 제작하는 주문형 반도체)를 사용해 실행한 카메라 영상처리 및 라이다 탐지 과정을 공개했다.
해당 과정은 저가의 저전력 칩을 이용할 뿐 아니라 대량의 연산이 가능해 경제적이고 활용도가 높았다.
모빌린트의 반도체는 작년 구글이 주관한 지능형 반도체 성능 검증 대회에서 국내 1위를 차지할 만큼 두각을 나타냈지만, 아직까지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
모빌린트 관계자는 현장에서 올해 말, MPW(Multi Project Wafer, 시제품이나 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소량 칩 생산 방식) 방식을 통해 반도체 시제품을 생산해 내년 수요 기업을 찾아 대량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2. 차량 내부 네트워크 기술 - 펀진
지능형 반도체 외에도 대량의 데이터를 제어하고 처리할 수 있는 차량 내부 네트워크 기술을 선보인 기업도 있었다.
▲펀진의 플라스틱광섬유 기반 차량 네트워크 솔루션. 출처 : 이동재 기자)
AI 플랫폼 기업 펀진은 자사의 핵심 기술인 POF(플라스틱광섬유) 기반 차량 네트워크 솔루션을 선보였다.
펀진의 차량 내부 네트워크 솔루션은 기존에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구리선을 사용하지 않고 자체개발한 플라스틱 광섬유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펀진은 앞으로 다가올 자율주행 시대에는 차량에 장착된 라이다, 카메라 등을 통해 얻는 수많은 데이터를 제어하고 처리할 수 있는 차세대 차량 네트워크 구성이 필수적이며 네트워크는 고용량의 데이터 수요를 충족하고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펀진에 따르면, 플라스틱광섬유를 사용하는 이더넷망은 케이블에 의한 전자파 간섭이 발생하지 않아 안정적이며, 기존의 구리선보다 무게가 가볍기 때문에 경량화된 시스템 구성이 가능해 차량 연비를 낮출 수 있다.
펀진은 해당 솔루션이 인포테인먼트, ADAS(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 등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플라스틱광섬유가 적용된 펀진의 차량 네트워크 솔루션 제품군으로는 POF Controller, POF Ethernet Switch, POF Camera 등이 공개됐다.
펀진은 실제 자율주행 플랫폼도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펀진이 개발 중인 자율주행 솔루션은 GPS 기반 골프카트 및 농업용 컴바인이다. 현장에서 펀진 관계자는 골프카트 자율주행 솔루션이 4월 실증을 마치고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며, 농업용 자율주행 컴바인은 내후년 본격 양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3. 자율주행 시뮬레이션 및 소프트웨어 – 위고 로보틱스
완전한 자율주행의 상용화는 사람의 생명이 직접적으로 달려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기술 개발 단계에서 기술을 테스트하고 실증할 인프라와 플랫폼이 절실하다.
전시회에서 실제 자율주행 시뮬레이션을 경험해볼 수 있는 부스를 발견할 수 있었다.
위고 로보틱스는 자체개발한 자율주행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위고 로보틱스의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은 실제 자율주행 상황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데이터를 가상의 환경에서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수집하기 위해 개발됐다.
위고 로보틱스의 시뮬레이터가 구현한 가상 환경에는 차량, 주행환경, 센서 등이 실제와 똑같이 모델링되어 있기 때문에 자율주행차 개발과 테스트를 가상환경에서 진행할 수 있다.
시뮬레이터에서는 차량 데이터와 센서 데이터가 실제 사용되는 센서와 동일한 값으로 출력되고 속도와 조향 명령이 입력되면 차량을 움직이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이로써 실제 도로에 나가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자율주행 데이터를 수집하고 검증하는 일이 가능한 것이다.
그 밖에 주목할 만한 모빌리티 기술
참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재미있는 기술도 있었다.
위고 로보틱스는 전시회에서 자체개발한 자율주행 기술을 여럿 선보였는데, 그중 이제 막 개발 단계에 들어갔다는 ‘로봇개(가칭)’ 기술이 돋보였다.
▲위고로보틱스가 개발하고 있는 로봇개. (출처 : 이동재 기자)
로봇개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네 발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개 모양의 모빌리티로, 바퀴만으론 접근이 어려운 오지나 재난 현장에 투입될 수 있어 수요가 분명하다. 한국에서는 작년 12월 현대자동차그룹이 인공지능 로봇개 개발 회사로 유명한 미국의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면서 해당 분야가 주목받은 바 있다.
위고 로보틱스 관계자는 로봇개를 조작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로봇개 기술은 이제 막 개발을 시작한 단계로 외부의 조작이 필요하지만, 점차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해 스스로 움직이는 로봇개를 만들 것”이라며 회사의 기술 개발 방향을 설명했다.
위고 로보틱스는 자율주행 로봇기술을 기반으로 순찰로봇, 물류이송로봇, 방역로봇, 자율주행 교육로봇과 같은 다양한 주제의 목적형 로봇을 위한 시스템 통합과 개발을 주로 하고 있다. 위고 로보틱스 관계자는 현장에서 “최근 위고 로보틱스의 자율주행 솔루션이 대학교나 경진대회 같은 자율주행 교육 현장 등에 주로 납품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처럼 올해 국제인공지능대전에서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이 흔히 알려진 라이다나 센서뿐 아니라, 작은 차량용 부품부터 실증용 소프트웨어까지 세세하게 갈라진 수많은 분야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위에서 소개한 분야 외에도 5G 통신기술, AI 인포테인먼트 같은 차세대 기술이 문어발처럼 연관돼 있는 만큼, 자율주행차는 가히 차세대 미래 기술의 집적체라고 부를 만하다. 어느 때보다 빠른 발전 속도로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는 이 미래 기술의 집적체가 결국 어떤 모습으로 인류와 함께 하게 될지 기대감이 들게 만드는 전시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