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미중 무역 갈등이 성장세 이끌어
올해 반도체 팹 장비 투자액 전년 대비 8% 성장 전망
[헬로티 = 서재창 기자] 코로나19도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을 얼리지 못했다. 반도체 장비 시장은 코로나19로 오히려 성장세를 맞이한 모습이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최신 세계 반도체 장비시장 통계(WWSEMS·Worldwide Semiconductor Equipment Market Statistics)’를 발표하며 올해 전 세계 2분기 반도체 장비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6% 상승한 168억 달러(약 19조 9900억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올 1분기와 비교하면 8% 성장한 수치다.
코로나19와 미중 무역 갈등이 반도체 장비 매출 증가 이끌어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많은 반도체 장비 매출을 기록한 지역은 중국이다. 중국은 2분기에만 약 45억9000만 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2위는 한국이었다. 국내 반도체 장비 매출액은 44억 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 분기 대비 33%, 전년 동기 대비 74% 성장한 수치다. 3위는 35억 1000만 달러 매출액을 기록한 대만이었다.
반도체 장비 시장의 성장세는 코로나19의 영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EMI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등 비대면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데이터센터와 서버에 대한 반도체 수요가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또, 미·중 무역 갈등이 심화되면서 안전 재고에 대한 수요 증가도 이번 증가세에 큰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 2020년 2분기 전 세계 각국별 반도체 장비 매출 규모.
성장세 내년까지 이어질 듯
성장세는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SEMI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개인용PC·게임·헬스케어 전자기기 등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전 세계 팹 장비 투자액은 올해 8% 성장하고 내년에는 13%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팹 장비 투자액이 지난해 전년대비 9% 감소한 것을 감안했을 때 큰 성장폭이다.
메모리 분야와 파운드리 분야 모두 성장 예상
모든 반도체 부문 중에서 메모리 분야에 대한 팹 장비투자액은 올해 264억 달러 규모로 예상된다. 전년대비 16%에 달하는 약 37억 달러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여기서 18% 증가해 31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3D 낸드플래시 분야 투자는 올해 무려 39% 증가한 후 내년에는 7%의 완만한 성장을 보일 전망이다. D램 분야 팹 장비 투자액은 올 하반기 둔화세를 보이며 4% 성장에 그치지만 내년에는 39%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분야에 뒤이어 2번째로 큰 팹 장비 투자액 규모를 보이고 있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는 지난해 대비 25억 달러 증가한 232억 달러(전년대비 12% 상승)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소폭 증가해 235억 달러가 예상된다.
▲ 2018~2021 전 세계 팹 장비 투자 규모 추이(단위 : 십억 달러·%, 2020-2021년 전망치).
아날로그 반도체 분야 큰 폭 성장, MPU는 내년 호황
아날로그 반도체 분야의 팹 장비 투자는 혼합신호(Mixed-signal) 반도체와 전력 반도체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로 인해 올해 48% 급증한 후 내년에는 6%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또 올해 이미지 센서 분야에 대한 팹 장비 투자액은 30억 달러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에는 11% 성장해 3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올해 마이크로프로세서유닛(MPU) 장비 투자 규모는 전년대비 18%(12억 달러) 감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내년에는 9% 상승, 반등하면서 투자 규모가 6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칩은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고 이를 가공, 조립하는 공정을 거쳐야 하는데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것까지가 전 공정, 그 이후가 후 공정으로 나뉜다.
SEMI에서 집계하는 반도체 장비 투자액은 전 공정과 후 공정 장비 투자 규모를 합한 수치다. 반도체 팹 장비 투자액은 전 공정 장비와 전 공정 중고장비 투자 규모의 합계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