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티=서재창 기자]
올해 상반기, 금형산업을 비롯한 제조업계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하 코로나19)으로 촉발된 경제적 타격을 피할 수 없었다. 이에 금형업계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기술적·제도적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그 가운데 정부와 업계는 공통 키워드로 ‘스마트화’를 꼽았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뿌리산업 살리기 나서다
스마트화는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근무 환경의 안정성을 가져올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다. 특히 코로나19에 대한 경제적 위협을 직면하게 되면서, 금형업계는 제조 혁신을 위한 스마트 공정을 주목했다.
급변하는 국내외 경제 동향을 감안한다면, 금형산업의 스마트화는 필연적인 수순으로 보인다. 한 예로, 금형업계의 스마트공장 구축은 원가 절감이나 생산성 향상 등이 가능하다. 다만 소량 다품종 주문 생산이 많아지고 기업별로 데이터 축적 방식이 달라 스마트공장 도입 속도는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정부와 연구기관은 국내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금형산업을 비롯한 뿌리산업 강화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지난 5월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기중앙회), 생산기술연구원(이하 생기원)과 ‘뿌리산업 협력 MOU’를 체결했다.
이번 협약 체결은 산업부와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대변하는 중기중앙회, 뿌리기업 기술 및 인력 지원을 진행하는 생기원과 맺은 최초의 공식적인 3각 협약이다. 산업부는 차세대 뿌리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중기중앙회는 올해부터 신설되는 소재부품장비 산학협력단 지원대상인 뿌리기업을 발굴하고, 생기원은 뿌리기업 애로기술 해소 등 현장지원을 담당한다.
▲뿌리산업 협력 MOU 체결식 사진(사진 : 산업부)
‘소재부품장비 산학협력단 지원사업’은 대학이 보유한 뿌리기술을 기반으로 뿌리기업이 겪는 애로기술을 해소해주는 사업으로, 중기중앙회에서 6월까지 발굴한 애로기업을 대상으로 추천할 계획이다. 아울러, 표면처리, 금형 등 조합 이사장들과의 간담회에서는 뿌리업계의 다양한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뿌리산업 발전을 위한 민·관 협력 사항을 같이 고민했다.
협약식에 참여한 뿌리산업조합 이사장들은 납품단가 조정 우수기업 인센티브, 뿌리산업 전문 인력 교육센터 설립, 뿌리산업 지원체계 개선, 뿌리산업 전용 정책자금 지원 등 뿌리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을 건의하기도 했다.
산업부를 포함한 두 기관은 건의한 정책 중 교육센터 설립, 납품단가 조정 우수기업 인센티브 제공, 지원체계 개선에 대해 긍정적으로 추진하고, 전용자금은 중장기적으로 검토해가겠다고 답변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이번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국내 안정적 공급망 구축이 중요하다. 뿌리산업은 새로운 변화에 어울리는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형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꾸준히 정부기관에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이하 금형조합)은 지난 5월, 산업부 박동일 국장 및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 김성덕 소장 등을 연이어 만나며 금형업계 현안과 애로사항 해소 등과 관련한 지원을 요청했다.
특히 신용문 금형조합 이사장은 “현재 금형업계가 코로나19로 신규 수주 지연 및 가동률 급감으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며, “기존 시설자금 상환분 재대출 지원 및 수출 수주 및 마케팅 지원, 기술인력 육성 등 다각적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건의했다.
이에 박동일 국장은 “차세대 뿌리산업 생태계 구축을 통해 장기적 산업 발전 토대를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 금형 등 뿌리산업 교육 지원 사업 등을 산업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할 것”고 약속했다.
금형산업 스마트화를 시도하는 지자체
광주지역 산업단지를 기능과 역할별로 재정립하고 스마트공장 확산 및 제조데이터센터를 구축해 혁신 거점화하는 ‘산단 대개조 사업’이 본격 추진될 예정이다.
지난 5월 광주광역시는 일자리위원회, 산업부, 국토교통부가 추진한 산단 대개조 공모에 참여해 일자리창출 효과, 지자체 추진 의지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최종 선정됐다.
▲지자체에서 금형산업 스마트화를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광주 산단 대개조 사업은 거점산단인 광주첨단과학산단의 혁신 자원을 활용해 자동차 전장부품, 복합금형 중심의 산업을 육성하고, 하남산단은 차체, 섀시 의장, 금형산업을 집중 육성해 빛그린산단 광주글로벌모터스 완성차공장에 양질의 부품을 납품하는 ‘광주형 자동차산업 협력 벨트’를 조성할 계획이다.
나아가 첨단산단은 스마트공장 확산 및 제조데이터센터를 구축해 스마트산단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광주지역 산단 대개조 관련해 일자리위원회가 개최한 간담회에서는 스마트공장 구축에 따른 자부담 완화, 도로정비 및 주차장 확충, 신규 산업단지 조성, 가로등·CCTV 설치 등을 건의했다.
유관기관들은 산단 대개조 사업 추진방향, 스마트인재 인력양성 방안, 산학연 협력방안, 스마트산단 조성 방안 등을 논의했다. 산단 대개조 사업을 통해 광주시는 3년간 1만 명의 일자리 창출과 GRDP 대비 제조업 비중 26.6%로 1.7% 증가, 제조업 부가가치액 1조3000억 원 증대, 369개사 기업유치 등을 목표로 삼았다.
울산광역시도 스마트공장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결합한 제조혁신을 통해 스마트 공장 구축의 모범사례를 만들기 위함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지난 6월 10일 한국몰드, KPX케미칼과 ‘제조 데이터 분석 기반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사업’ 착수 회의를 열었다. 올해 말까지 진행되는 이번 사업은 각 기업의 제조 데이터를 기반으로 품질 불량을 줄이고, 생산량을 증대해 가시적인 경영성과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참여기업은 정부지원금 및 자부담액을 포함 각각 총 사업비 3억 원을 투입해 스마트공장 고도화에 나설 계획이다. 기업은 주요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품질문제, 불량률 증가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정밀분석을 진행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최적화 및 공정개선을 진행할 예정이다.
스마트공장 고도화사업은 제조 데이터의 생성과 수집, 저장, 분석, 활용에 이르는 전 주기를 모범적으로 관리하는 스마트공장 사례를 구축하고, 이를 연관 산업으로 확대해 전국적인 스마트공장 고도화를 가속화하기 위해 진행되고 있다.
김동섭 UNIST 경영공학부장은 “이번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은 지역 내 자동차 부품분야 사출·금형산업과 석유화학 분야 전자소재 산업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기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기업들이 모범적인 스마트공장을 구축하게 된다면, 지역 내 연관 산업 경쟁력 제고뿐 아니라 전국적 스마트공장 고도화를 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마트화 위해 대기업이 움직인다
포스코는 지난 2013년부터 그룹 내 스마트 역량을 모아 자사만의 특화된 스마트화 지원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그 결과로 사업에 참여한 뿌리산업 기업은 생산 효율 증대, 원가 절감에 따른 매출 상승 등의 성과를 거뒀다.
▲포스코인재창조원 컨설턴트(우)가 주한테크 맹준영 대표(왼쪽)에게 공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포스코)
포스코는 지난해까지 뿌리산업 기업 109개사에 QSS 컨설팅, 스마트공장 구축 등을 지원했다. 포스코는 소규모 뿌리산업 기업의 애로와 한계 기술 극복을 돕기 위해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고유의 ‘QSS(Quick Six Sigma)’ 혁신 방법을 기반으로 스마트화 역량 강화 및 스마트 공장 구축에 힘써왔다. 용접라인의 헬륨사용량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전력사용량 관리 시스템, 자재구매 및 입출고 시스템 등 기업별로 가장 필요한 부분에 대해 스마트화 지원이 이뤄졌다.
특히 지난해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을 받은 금형분야 14개 영세기업은 평균적으로 생산성이 34.1%가 올랐고, 제조원가가 24.2% 절감됐으며 품질, 납기도 고르게 개선됐다. 금형 제작에 필수적인 연속가공 설비에 대해 모니터링 및 데이터 시뮬레이션 시스템 구축으로 스마트화의 성과를 거뒀다.
스마트 공장 구축 지원 사업에 참여한 주한테크 맹준영 대표는 “스마트 공장을 도입한 결과 생산성이 높아지고 업무 효율이 증대돼 직원 간에 자유롭게 소통하는 시간이 늘었고, 덕분에 회사 내 분위기까지 좋아졌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180조 원 규모의 투자와 상생계획을 발표하면서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지원을 핵심 추진사항에 포함시켰다.
이에 삼성전자는 중기부의 ‘자발적 상생 협력 기업(이하 자상한 기업)’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조기업 솔젠트를 지원했다. 6주간의 프로젝트를 진행한 솔젠트는 안정적인 스마트공장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물류 동선 이동거리는 148m에서 98m로 34%나 줄었고, 생산성은 주당 1만1,900키트에서 주당 2만,571키트로 73%나 증가했다. 또한, 자체 생산과 더불어 공정 전체를 시스템으로 관리하다 보니 용기 이물 불량률도 40%나 개선됐다.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은 중기부가 30%, 삼성전자와 대상 기업이 각각 40%씩 비용을 분담해 제조 공정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2018년부터 작년 말까지 630억 원이 투입됐고, 전국에 1천620개 공장이 스마트공장으로 전환됐다.
삼성전자는 기술지원은 물론 자금지원도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2년까지 600억 원을 출연할 예정이다. 유재형 솔젠트 대표는 “한국산 진단키드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폭증하고 있어 전 직원들이 주말에도 일을 하면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도움으로 안정적인 제품 생산은 물론 생산 효율도 올라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