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헬로티]
2019년은 금형산업에 있어 녹록치 않은 한 해였다. 주 52시간 근무제, 미중 무역전쟁, 일본의 수출규제 등의 당면한 이슈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에 금형산업계는 대내외 어려운 상황 속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해외 진출을 시작으로 신(新)시장 개척에 발 벗고 나섰다.
▲부천국제금형컨퍼런스 행사 전경(사진 : 서재창 기자)
해외 진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초석
‘금형 생산 5위’, ‘해외 수출 2위’는 국내 금형산업을 대표하는 수식어다. 국내 금형산업이 이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발판 중 하나는 판로 개척을 통한 해외 수출이었다. 오늘날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의 기술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지며, 전에 없던 위기를 겪고 있다.
이와 더불어 불안정한 대내외 경제 상황은 국내 금형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됐다. 이에 금형산업계는 해외로 눈을 돌려 산업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0월 25일, ‘제14회 부천국제금형컨퍼런스(이하 금형컨퍼런스)’가 부천 고려호텔에서 개최됐다. 한국금형센터 주최로 열린 금형컨퍼런스는 불안한 국내외 경제 동향 속에서 국내 금형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는 방안과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됐다.
‘금형산업 해외 진출 및 해외 시장 공략’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다수의 국내 금형 전문가를 비롯해 금형산업 종사자 및 언론인 등이 참석했다.
기념사를 맡은 부천몰드밸리협의회 배인선 회장은 “최근 금형시장 동향이 녹록치 않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이럴 때 일수록 신기술 개발과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한 정보 교류에 힘써야 할 것”이라며, “이 컨퍼런스가 금형 선진화 기술 정보를 접하고 금형인 간에 상호 교류를 통해 침체된 금형산업의 돌파구를 모색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금형컨퍼런스에서는 금형산업 해외 진출을 고려하기 위한 발표들이 진행됐다. 케이엔티21 이용기 대표는 ‘인도네시아 진출 한국 금형업계 현황 및 진출 시 주의사항’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해외 진출에 앞서 가장 먼저 진행해야 할 과제는 해당 국가에 관한 정보 수집이다. 이 대표는 인도네시아의 인구, 문화 등 주요 현황을 살피며, 산업별 현황 및 규모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인도네시아에서는 3차 산업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3차 산업은 지난 2006년부터 꾸준한 성장을 해왔기에 향후에도 비약적 성장을 기대해 볼 만 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는 “4차 산업의 경우, 인터넷 보급률의 급증 및 정부의 Industry 4.0 추진으로 향후 성장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도네시아는 지난 2015년 GDP 성장률이 4.79%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경제 성장력을 증명한 나라다. 또한, 동남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은 외국 직접 투자(FDI) 성장률을 보이기도 했다.
미국을 비롯한 중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인도네시아의 제조·서비스·기반 산업 등에 꾸준히 투자하며, 진출을 확산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섬유·봉제산업, 전기·전자산업 등의 분야에서 인도네시아와 경제적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부천국제금형컨퍼런스 행사 전경(사진 : 서재창 기자)
현재 인도네시아 리뽀찌까랑 지역에는 국내 금형 관련 회사들이 진출해있다. Jababeka, Delta, MM2100 등의 산업단지에는 금형 제작 및 사출 성형, CNC 임가공 프레스, 다이캐스팅 등의 기업이 소재한다.
KOSA VINA 안치성 법인장은 ‘베트남, 과연 기회의 땅인가?’라는 주제로 베트남 해외 진출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공유했다. 베트남은 우리나라와 금형산업 분야에서 긴밀한 관계에 있는 나라 중 하나다.
지난 10월 22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김용래 통상차관보와 쩐 꿕 카잉 베트남 산업무역부 차관이 양국 수석대표로 참석해 ‘제9차 한-베트남 산업공동위’와 ‘제3차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공동위 이후 삼성전자 베트남법인과 베트남 산업무역부 간의 ‘베트남 금형 전문가 양성 협력 MOU 체결식’이 진행됐다. 한편, 베트남은 현재 6대 뿌리기술 인력 양성을 통한 부품의 국산화율 제고를 추진 중이다. 이에 기술력이 높은 한국의 뿌리기업이 진출한다면, 베트남의 산업정책에 맞물려 기회를 얻게 될 수 있다.
이를 비롯해 베트남에는 이미 다수의 국내 금형기업이 진출해있다. 사출 및 금형 분야에서 제품을 직접 생산하거나 수리 및 개조를 담당하고, 한국에서 금형을 제작해 수입하기도 한다.
안 법인장은 “베트남에 진출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부분은 기술 인력 양성 및 현지화, 철저한 시스템 구축, 신뢰할 수 있는 저비용 현지 협력업체 발굴 등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특별 전략 요구돼
▲박순황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 이사장(사진 : 서재창 기자)
지난 10월 31일에는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이하 금형조합) 주최로 ‘2019 금형산업 혁신포럼(이하 혁신포럼)’이 한국금형기술교육원에서 개최됐다. 혁신포럼에서도 마찬가지로 국내 금형산업의 해외 진출 전략에 대한 내용이 다수 언급됐다.
‘금형산업 변화와 위기대응 전략’이라는 주제로 개최된 포럼은 세계시장 동향과 지원 정책, 경영 중심 정보 교류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됐다.
한국금형공업협동조합 박순황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이번 포럼을 통해 금형업계 산업 동향과 대외 현안 및 지원방안 모색은 물론 대기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살펴보고, 주요 수요산업 및 세계시장 동향을 파악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국내외 금형산업 최근 동향 및 이슈’라는 주제로 첫 발표를 진행한 금형조합 임영택 전무이사는 “17년 이후 자동차 산업, 프레스 금형의 생산 비중이 증가했으며, 금형 생산 및 수출 성장이 둔화됐다”고 말했다. 발표에 따르면, 국내 금형업계는 경영부담 가중으로 4/4분기 이후 경기 반등요인이 전무하다는 분석이다.
투자 및 고용 위축이 심화하고, 주 52시간 근무제로 인해 혼란이 야기됐다. 또한, 중국의 저가 공세 심화와 한일 무역분쟁으로 인한 발주 축소 등으로 인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반면, 계절적 요인에 따른 물량 확보, 베트남 등 신흥 시장 확대 등은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임 전무이사는 “위기 극복 방안으로는 국내외 거래 네트워크를 다변화해야 한다. 기업은 국내외 전시회 참여 등 해외시장 개척 활동에 참여하고, 글로벌 시장 동향 파악과 해외 진출을 위한 특별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19 금형산업 혁신포럼 참석자 단체 사진(사진 : 서재창 기자)
한편,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하 생기원) 금형기술그룹 윤길상 그룹장은 ‘아제르바이잔 산업 현황 및 금형 분야 생산현장 소개’를 주제로 정보를 공유했다.
아제르바이잔은 석유 중심의 경제구조를 지닌 나라다. 아제르바이잔은 2020년을 앞두고 ‘비(非)석유산업 육성’을 통한 경제 다변화 및 산업 다각화를 고려하고 있다. 이는 제조업 근간인 금형산업 지원이 필요한 구조로 해석된다. 이에 우리나라는 아제르바이잔 시장 진출 기회를 마련할 수 있는 교두보를 얻게 된 셈이다.
생기원에서는 지난 2018년 10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27개월간 ‘아제르바이잔 금형 분야 생산현장 애로기술지도’ 사업을 담당했다. 이 사업은 개도국 산업 현장의 생산성 향상 및 양국 기업간 교류·협력활동 촉진을 목표로 삼았다.
수요국인 아제르바이잔은 제조업의 기반이 되는 금형산업 육성 및 고도화를 통해 석유 중심의 전통적 경제구조를 지속적 성장을 위한 지식기반 경제로 전환하고자 했다. 우리나라는 국내 금형산업의 축적된 발전 역량을 토대로 금형 및 관련 산업의 수출시장을 확대하고, 대외 위상을 제고하는데 주안점을 삼았다.
윤길상 그룹장은 “아제르바이잔에서는 현재 금형산업 관련 독자적 통계수치를 얻을 수 없다. 이는 금형산업이 기계 및 제조장비에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는 최근 5년간 아제르바이잔에 금형수출 실적이 없었다. 아제르바이잔은 지리적으로 인접한 터키나 중국에서 수입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윤 그룹장은 “향후 국내 금형산업이 뛰어들 수 있는 산업 분야는 자동차·부품 산업, 기계·장비 산업, 농업 설비·장비 산업이다. 그 이유는 부품제조를 위한 OEM 공장이 없고, 한국산 AS용 부품에 대한 꾸준한 수요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아제르바이잔은 한국과의 합착회사를 통한 수요처 및 신시장 발굴개척 의지가 다분하지만, 국제 시장 규격에 대응될 만한 제조 역량이 부족하다. 이에 한국 기업은 해당 국가와의 사전 협력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