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헬로티]
ESS 업계 분위기가 좋다.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몸을 푸는 분위기다. ESS 업계는 연이은 화재사고로 인해 침묵의 길을 걸었다. 세계 1위 점유율이라는 위상이 무색할 정도였다. 하지만 분위기가 달라졌다. 정부의 조사 결과, 배터리 셀 결함이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는 계획에 없던 잠에서 깨어나 다시금 활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ESS 산업, 다시 일어나다
ESS 시장이 반등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에 따르면, 지난 7월 10일 기준, 10건 이상의 ESS 신규발주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6월 11일, 정부가 ESS 사고원인 조사결과 및 안전대책을 공개한 후 발생된 효과다. 그 이전까지 발생된 ESS 신규발주는 없었다.
얼어붙었던 시장이 녹아내리자 기업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LS산전은 태양광 연계 ESS 시장 선점을 위해 개발한 750kW급, 1.5MW급 전력변환장치(PCS) 신제품을 출시했다.
시장 침체로 상반기 실적 부진을 기록한 LG화학과 삼성SDI는 사업 확대를 준비 중이다. SK이노베이션도 ESS사업을 재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는 ‘ESS용 PCS 인증 Edition 3.0’을 취득했다. 이 인증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진 ESS 품질 인증이다.
ESS 안전을 위한 사업도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다. SK C&C와 현대일렉트릭은 ESS 이상 징후 사전 탐지 모형을 개발 중이다.
이 모형은 ESS 배터리의 온도와 전압, 습도 정보 등 성능과 안전에 미치는 요소를 실시간 분석해준다. 이상 현상을 감지하면 전류를 차단해 화재나 폭발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멈춰있던 기존의 ESS도 다시 움직이고 있다.
연이은 화재사고가 발생하자 정부는 정밀 안전 진단을 받지 않은 ESS에 가동 중단을 권고했다. 이로 인해 국내에 설치된 1,500여개 ESS 중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장치가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하반기 배터리 업계 점진적인 성장 기대
ESS 시장의 움직임은 해당 업체의 주가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각 업계의 주가는 ESS 화재 원인 발표를 앞둔 주부터 기대감을 반영해 오르기 시작했다. 이후 화재가 배터리 결함에서 발생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 밝혀지자 주가는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ESS는 올해 1분기 국내 대표 배터리 기업인 LG화학과 삼성SDI의 발목을 잡았다. LG화학의 경우 1분기 1,200억 원의 ESS 화재 관련 충당금 및 손실이 발생했고, 삼성SDI는 ESS 관련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41% 감소했다. 전년 대비 1분기 영업이익은 LG화학이 57%, 삼성SDI가 65% 줄었다.
하지만 이제 ESS 시장이 상승세를 타면서 시장 분위기도 변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로 ESS 시장은 유망산업이자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시장이다.
SNE리서치는 올해 글로벌 ESS용 리튬이온 전지 시장이 16GWh로 확대되면서 지난해와 비교해 38%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화재사고가 발목을 잡지 않았다면, 국내 ESS 관련 업계는 상당한 성장을 이뤘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한 ESS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부터 국내 ESS 관련 정상영업이 가능할 전망이다”라며 “국내 ESS 기술은 수준이 높은 편이다. 세계 점유율 1위를 점령했던 만큼, 하반기에는 큰 성장세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ESS 관련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배터리 업체 매출의 점진적인 회복이 기대된다”면서 “하반기에는 ESS 판매 정상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