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헬로티]
하노버 산업박람회는 디지털 기술을 제조업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더 집중하고 있다. 2019년까지 지속해오던 ‘산업 융합’이라는 주제를 2020년부터는 ‘인드스트리얼 트랜스포메이션’으로 변경된다. 특히, 최근 하노버 산업박람회의 변화를 보면 점점 글로벌화로 확장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과거에는 선진국들 위주로 모여 제조혁신을 논의하던 것이 이제는 개발도상국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전시회 또한 2018년 미국 시카고에서 처음 개최된 이래 싱가로프, 멕시코, 2020년에는 중국 선전에서도 개최할 예정이다. 지난 5월 30일에 열린 ‘2019 하노버 산업박람회 디브리핑 세미나’에서 독일 하노버 산업박람회가 던진 메시지에 대해 KOTRA 한태식 과장이 강연한 내용을 정리했다.
▲ KOTRA 한태식 과장은 “주요국들은 디지털 기반의 제조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국가들 간의 MOU 체결이나 협력하는 합종연횡의 모습이 실제 하노버 산업박람회에서 볼 수 있었고, 제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플랫폼 경쟁도 더욱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지난 1월, 다보스 포럼에서는 미래 제조업 이끌 세계 등대공장으로 16곳을 발표했다. 등대공장은 말 그대로 ‘밤바다의 등대처럼 제조업의 미래를 밝혀주며 안내한다’는 의미로 선정됐는데, 한국 기업은 하나도 없다는 점에서 매우 걱정하는 얘기들이 많았다. 그런데 다보스 포럼이 주목한 것은 4차 산업혁명 기술로 제조업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들이었다.
등대공장 선정 기준 또한 2가지로, 첫째는 고객 연결 가치사슬 혁신, 둘째는 생산 시스템 혁신이었다. 다보스 포럼은 제조업에 디지털 기술이 적용될 때 새로운 성장동력이 된다고 판단했다. 우리는 등대공장에 한국 기업이 없다는 점에 우려할 게 아니라 등대공장 16개 기업이 제조업에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하여 선도해 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등대공장’을 만나볼 수 있는 하노버 메세
다보스 포럼의 정식 명칭은 ‘세계 경제 포럼’이다. 여기서 올해 선정한 주제는 ‘글로벌라이제이션4.0’이다. 4차 산업혁명이 처음 등장한 것도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였다. 다보스 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을 한 마디로 ‘CPS’라고 정의했다. 그 다음해인 2017년에 우리나라는 경제정 책방향으로써 4차 산업혁명을 처음 언급했다.
다보스 포럼이 등대공장 16곳을 선정할 때 제조업의 디지털 기술 적용을 기준으로 삼았다고 했는데, 선정하기에 앞서 다보스 포럼은 액센추어 컨설팅회사와 공동으로 이미 2016년, 2017년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계획’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이 보고서는 4차 산업혁명이 등장한 후 제조업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에 대한 결과물(2016년)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13개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2017년)의 내용을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즉, 등대공장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결과인 것이다.
그러면 등대공장 회사들은 어디서 만날 수 있을까. 등대공장으로 선정된 16개 기업 중 독일 회사가 5개이며, 하노버 산업박람회(Hannover Messe)에는 6개 기업이 참가했다. 이 둘의 공통분모인 기업은 보쉬, 지멘스, 피닉스컨택트 3곳이다. 이 기업들이 어떻게 제조업 혁신을 하고 있는지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하노버 산업박람회이며, 가장 좋은 배움의 장소이다.
하노버 메세는 독일 제조업 ‘축적의 시간’
세계 3대 ICT 전시회라고 하면, 1월에 열리는 CES, 2월에 열리는 MWC, 9월에 열리는 IFA가 있다. 하노버 산업박람회는 CES와 MWC 사이인 매년 4월에 열린다. 하노버 산업박람회는 독일이 전후 독일 복구를 위한 수출 확대를 목적으로 1947년 첫 회 개최한 후 올해 72회를 맞이했다. 독일은 또 2000년대까지 독일 최대 전시회였던 CEBIT을 2019년에 완전 폐지함으로써 하노버 산업박람회로 역량을 집중하게 됐다. 지금은 세계 최대 규모의 산업박람회로 자리 잡았으며 독일 인더스트리4.0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사실 2011년 독일 메르켈 총리가 하노버 산업박람회에서 인더스트리4.0을 통한 제조업 디지털화 전략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제조업이 무슨 디지털화이냐’며 많은 사람들이 평가절하를 했다. 그러자 독일은 보다 적극적인 추진을 위해 ‘플랫폼 인더스트리4.0’으로 개편하면서 민관학 협업을 확대했다.
하노버 산업박람회는 2013년부터 ‘산업 융합(Integrated Industry)’이라는 일관된 주제를 고수해 왔다. 지금까지 전시회 주제를 보면, 2013년 산업 융합을 시작으로 2014년 ‘다음 단계 : 스마트공장의 첫 단계’, 2015년 ‘네트워크에 합류하라’, 2016년 ‘해결책을 발견하라’, 2017년 ‘가치를 창출하라’, 2018년 ‘연결과 협업’, 2019년 ‘산업 지능’으로 조금씩 확장하고 있다.
하노버 산업박람회의 대표 기업격인 지멘스의 경우 2013년 독일 인더스트리4.0 추진 이후 지속적으로 ‘디지털 엔터프라이즈’를 슬로건으로 채택했다. 2019년 주제는 ‘Thinking industry further’로, 지멘스가 만든 사물인터넷 플랫폼 ‘마인드스피어’를 비롯해 5G, 엣지 컴퓨팅, AI, 블록체인, 자율생산시스템, 3D 프린팅 등을 담았다.
지금까지 하노버 산업박람회를 통해 본 인더스트리4.0의 추진 현황을 요약해 보면, 첫째 독일은 국가 단위 전략으로 2013년 이후 플랫폼 인더스트리4.0을 추진 중에 있다. 둘째, 국가 단위 파일럿 프로그램인 스마트 팩토리 케이엘에 기업과 기관이 협업을 시작했다. 셋째, 지방자치단체 단위인 ‘It's OWL’이라는 제조혁신클러스터에서도 매년 시범 케이스를 만들어서 보여주고 있다. 넷째, 하노버 산업박람회는 2013년 이후 산업 융합을 지속 테마로 하고 있다. 다섯째, 지멘스 경우처럼 기업단위로 2015년 이후 디지털 엔터프라이즈를 지속하고 있다.
제조업의 미래는 ‘디지털’
그러면 2019년 하노버 산업박람회를 통해서는 무엇을 보았는가? 한 마디로, ‘미래 공장은 소비자가 결정한다’였다. 미래 제조업이 어떻게 바뀔 것이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예측이 나오고 있지만, 독일 스마트 팩토리 케이엘에서 만든 자료를 참고하면 소비자에 맞춰 맞춤형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핵심이고, 다국적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시장의 수요에 유연하고 빠르게 반응해야 한다고 했다. 즉, 전자가 소비자 중심이라면 후자는 생산의 효율성 측면을 강조한 것이다. 결국 스마트 팩토리로 가는 제조혁신은 후자에 조금 더 맞춰져 있지만, 그 앞선 출발은 소비자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이며, 2019년 하노버 산업박람회 현장에서도 그 모습을 여실히 보여줬다.
올해 하노버 산업박람회는 △디지털 트윈 △인공지능(AI) △협동로봇 △딥러닝 △머신러닝 △처방분석(Prescriptive analytics) △예측분석 등을 주요 키워드로 하여 제조업에 인공지능 기술이 어떻게 결합되고 있는지를 말하고자 했다. 또한, 5G가 어떻게 제조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내용도 추가됐다.
몇 개의 사례를 보겠다. 보쉬는 2001년에 인수한 렉스로스와 함께 ‘Factory of the Future’라는 주제로 관을 구성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특이한 기계들이다. 6개의 색깔 있는 로봇과 장비들이 한꺼번에 구현되는 장면을 통해서 보쉬는 미래 공장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렇게 보쉬처럼 미래 공장을 구현하려고 할 때 가는 과정에 필요한 내용들 몇 가지 보면, 첫째는 IoT 플랫폼이다. 대표적 예로, 지멘스의 마인드스피어(MindSphere)와 SAP의 레오나르도(Leonardo)를 들 수 있다. 그 외에도 미국의 GE·로크웰, 일본의 후지쯔·히다찌, 중국의 하이웨이 등도 개별적인 IoT 플랫폼을 가지고 있다. 현재 이 기업들은 플랫폼에 모인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활용하는 방법들을 연구하고 있다.
둘째는 IoT 플랫폼 생태계이다. 지멘스의 경우는 마인드스피어를 활용하는 기업들과 어떤 식으로 협업하고 있는지를 보여주었고, SAP 또한 올해 오픈 인터스트리4.0 얼라이언스를 발표하며 생태계를 만들기 시작했다.
셋째는 협동로봇(Cobot)이다. 하노버 산업박람회에는 로봇이라는 용어는 거의 안 쓰고 코봇이라고 부른다. 사람과 협업하는 도구로써 로봇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코봇을 제조현장에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미래 공장을 위한 하나의 과제이다.
마지막으로, 엣지 컴퓨팅이다. 엣지 컴퓨팅은 클라우드로 올라가는 데이터가 아니라 데이터가 만들어지는 일선 장비에서 처리하는 컴퓨팅이다. 사실 엣지 컴퓨팅은 작년까지만 해도 미쓰비시가 운영하는 엣지 크로스 컨소시엄에서 엣지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했는데, 올해는 지멘스 외에 미국의 IT 회사들도 엣지 컴퓨팅이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엣지 컴퓨팅을 쓰기 시작하면서 최근 보안 이슈도 많아졌다. 보안 이슈가 많아졌다는 것은 기업들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훨씬 더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이다. 이런 변화들을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다.
주요국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플랫폼 경쟁
그렇다면 지금부터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최근 CES, MWC, 하노버 산업박람회 등의 글로벌 전시회 트렌드를 보면 서로를 닮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들 전시회에서 보여준 공통된 기술이 디지털 기술(AI)과 연결(5G)이었다. 그중 하노버 산업박람회는 이러한 디지털 기술을 제조업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더 집중하고 있다.
특히, 하노버 산업박람회의 변화를 보면 점점 글로벌화로 확장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매년 한 개 국가를 동반국가로 선정하여 행사를 치르고 있는 하노버 산업박람회는 과거에는 선진국들 위주로 모여 제조혁신을 논의하던 것이 이제는 개발도상국으로 확대하고 있다. 2018년에는 멕시코가 동반국가였고, 2020년에는 인도네시아를 동반국가로 선정했다. 그동안 경쟁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개발도상국 제조기업들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지금보다 훨씬 높은 생산성을 보여줄 것이라 보았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변화는 전시회의 국외 진출이다. 2018년에 하노버 산업박람회가 미국 시카고에서 처음 개최됐으며, 싱가포르에서도 아시아 버전으로 행사를 했다. 2019년에도 미국과 싱가포르, 멕시코에 이어, 2020년에는 중국 선전에서도 개최할 예정이다. 또한, 하노버 산업박람회는 2019년까지 지속해오던 ‘산업 융합’이라는 주제를 2020년부터는 ‘인드스트리얼 트랜스포메이션(Industrial Transformation)’으로 변경한다. 6년 동안 산업 융합을 하고 나니 이제는 제조업 전체가 바뀔 만 해졌다고 판단한 것 같다.
돌이켜 보면, 제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결국 2008년 금융위기에서 시작된 것 같다.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제조업 영업이익률은 급감했고,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 주요국들은 디지털 기반의 제조업 생태계를 만들기 시작했다. 2011년 독일의 인더스트리4.0 발표를 시작으로 미국의 어드밴스드 매뉴팩처링, 중국의 제조2025, 일본의 소사이어티5.0 등 비슷한 노력을 하고 있다. 또한, 제조업 혁신을 위해 국가들 간의 MOU 체결이나 협력하는 합종연횡의 모습이 실제 하노버 산업박람회에서 볼 수 있었고, 주요국 제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플랫폼 경쟁도 더욱 치열해졌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독일 싱크탱크 메릭스는 보고서에서 “중국 제조 2025 전략이 성공하면 첨단기술 산업 비중이 큰 국가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피해 국가 1순위로 한국을 꼽았다. 독일과 일본, 체코, 이탈리아 등이 그 뒤를 따르고 미국은 중위험국으로 분류했다.
또한, 등대공장 중 5곳은 중국에 있다는 점도 우리에겐 좋은 소식이 아니다. 다만, 한국이 로봇 보급률 1위, 자동화 준비 지수 1위에 있는 만큼 우리의 강점을 발전시키고 디지털 전환으로 가기 위한 어떤 전략을 택할 것인지 결정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