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헬로티]
“정부-대기업의 투트랙 확산정책 필요 시점”
“시장논리가 중요, 산업 요구 자생적 나올 것”
“스마트공장 보급이 더 속도를 더 내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이나 협력사들도 스마트화가 되어야 하며, 여기서 더욱 중요한 것은 새로운 사업 모델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플랫폼이 단단해지고 완성도도 높아야 한다.”
(주)첨단이 오토메이션 월드 2019 개최를 앞두고 지난 2월15일 진행한 특별대담에서 LS산전 권봉현 전무와 현대중공업 김태환 전무는 중요한 것은 플랫폼이며, 이를 통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발굴해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특별대담의 내용이다.
▲ 패널로 LS산전의 권봉현 전무(왼쪽)와 현대중공업 김태환 전무가 자리했다.
■ 김유활 기자 (이하 김유활) : 바쁘신 중에도 특별대담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특별대담은 우리나라 스마트공장의 그림, 그리고 앞으로의 모습을 진단해보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요즘 5G와 인공지능이 화두입니다. 실제로 그런 기술을 스마트공장에 접목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먼저, LS산전과 현대중공업의 경우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부터 들어보겠습니다.
권봉현 전무 (이하 권봉현) : LS산전은 지속적인 로드맵을 가지고 스마트공장 고도화를 해나가고 있습니다. 현장 자동화에 ICT 접목을 시작으로, 2017년부터는 데이터와 인공지능 부분까지 포함하는 일을 하고 있죠.
사실 스마트공장은 끝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가장 뛰어난 공장이라고 하더라도 몇 년 뒤에는 초보적인 수준에 불과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으로서는 먼저 할 수 있는 것들을 열심히 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내부적으로는 현장에서 나온 데이터를 가지고 빅데이터 분석하거나 인공지능으로 분석해서 불량률을 낮추거나 생산 효율을 높이는 것 외에 R&D, 마케팅 등 여러 밸류체인까지도 진행하고 있어요.
김태환 전무 (이하 김태환) : 현대중공업은 산업 특성상 스마트공장이라는 말보다는 스마트야드가 되겠는데, 이제 겨우 걸음마를 뗐다고 봅니다. 제가 평소 생각했던 스마트공장의 모습은 CPS, 디지털트윈, 인공지능화된 자율공장인데, 야드는 그런 게 쉽지 않아요. 그렇지만 첫발을 뗐다는 점에서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우리 계열사만 하더라도 스마트공장에 대한 정의가 다 달라요. 저희는 스마트공장이란 용어 대신 ‘DT(Digital Transformation,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라고 말합니다. 그동안은 DT가 뭐지 하는 수준이었다면 2년이 지난 지금은 다들 DT를 하기 위해 큰 그림을 그리고 전략도 짜는 분위기가 조성됐죠. 저희가 하고 있는 게 크게 3가지로 설명할 수 있어요.
하나는 DT에 눈을 뜨게 해서 제조가 됐든 제품이 됐든 공히 지원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거고, 다른 하나는 제조를 스마트화 하게 하는 겁니다. 최근에 하고 있는 또 한 가지는 자율주행차나 자율주행 선박과 같은 인공지능이 탑재된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거죠. 우리는 산업이 여러 군데가 있어서 그 3가지를 다 펼쳐야 하는 상황입니다.
▲ 김태환 전무는 “현대중공업의 비전은 디지털 엔터프라이즈”이며, “제품의 서비스화,
제조의 스마트화, 플랫폼과 생태계의 구성이라는 3축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 김유활 : 김 전무님께서 생각하시는 현대중공업에서의 DT는 궁극적으로 어떤 모양인지요.
김태환 : 예전에도 나왔던 얘기인데, 우리의 비전은 디지털 엔터프라이즈예요. 여기에 우리의 전략은 제품의 서비스화, 제조의 스마트화, 플랫폼과 생태계의 구성이라는 3축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 김유활 : LS산전은 어떤가요.
권봉현 : 유사할 거예요. 김 전무님께서 3개 축이라고 말씀하셨는데, LS산전도 3축으로 압축할 수 있거든요. 첫째는 기존에 있는 프로덕트들의 커넥티비티를 확보해서 디지털을 입히는 거고, 둘째는 프로세스를 고도화시키는 작업들을 하며, 셋째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일을 진행하고 있어요.
사실 그룹 전체가 아닌 LS산전만 보게 되면 완성품을 만들어 공급하기도 하지만, 그 자체가 최종 목표는 아닙니다. 우리 제품이 전력 부품이든 자동화 장비이든 이들이 들어가 뭔가 구성하는 요소가 되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 노하우를 가지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거죠.
▲ 권봉현 전무는 “스마트공장 보급을 해가면서 그동안 눈에 보였던 모순점들을 고쳐나가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혼란은 있었지만, 그래도 부딪혀 가면서 유연하게 가야한다”고 말했다.
스마트공장 확산 위한 선결 과제
■ 김유활 : 국내 스마트공장의 수준 향상을 위한 매우 중요한 사업들로 보입니다. 논의의 초점을 국내 전반적인 스마트공장 현황으로 확대해 보겠습니다. 두 분은 그간 국내 스마트공장의 최고 전문가로서 보급 확산에 앞장서 오셨습니다. 여러 사업을 추진하면서 우리나라 스마트공장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지근거리에서 느껴오셨을 텐데요.
김태환 : 스마트공장 보급 확산이 더 속도를 더 내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이나 협력사들도 스마트화가 되어야 하는데, 그 방법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과연 그분들이 자체적으로 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생각도 들고요.
제가 얼마 전에 가본 자동차 1차 협력기업을 예로 들어보죠. 이 회사는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데도 IT 기반이 전혀 안 되어 있었고 대부분 DT가 뭔지도 모르고 있었어요.
저는 그래서 대기업에서 먼저 베스트 프랙티스를 보여주고 그것으로 하여금 전파하는 것이 빠르지 않겠나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여기에는 정부의 마중물 역할도 필요하겠고요.
권봉현 : 사실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어요. 전적으로 정부 정책에만 의존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누군가가 나서서 끌고 나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요. 독일의 경우, 프라운호퍼 연구소를 중심으로 산학연이 힘을 모아서 인더스트리4.0을 구현해 가고 있는데 우리는 그런 구조가 아니잖아요.
그러나 우리나라는 굉장히 다이내믹하기 때문에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봐요. 스마트공장 보급을 해가면서 그동안 눈에 보였던 모순점들을 고쳐나가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혼란은 있었지만, 그래도 이런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딪혀 가면서 유연하게 가야 합니다.
김태환 : 말씀하신대로 스마트공장 구축에는 시행착오도 있을 것이고 시간도 필요하겠죠. 하지만 그것을 좀 더 앞당기는 방법이 분명히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2가지입니다. 하나는 우리가 독일에 가서 벤치마킹을 하잖아요. 독일은 대부분 민간 주도로 하고 있는데, 그것을 우리는 어떻게 벤치마킹해서 적용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또 하나는 독일은 대기업이 주축이 되어 스마트공장을 구현해 나가면서 관련 사업 모델도 발굴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대기업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잖아요.
정리하면 두 가지예요. 첫째는 민간이 중심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그 부분이 안 되고 있는 것 같고, 둘째는 업종별 대표 대기업을 세워가지고 그 대기업에 정부가 지원을 해주면 스마트공장 보급 확산은 훨씬 빨라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권봉현 : 저는 기본적으로 누가 어떤 역할을 하든지 간에 그것은 시장논리에 의해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대기업이 역할을 하게 된다면 그것도 시장논리에 의해서 대기업이 끌고 나가는 거고, 정부에서 지원할 게 있다면 그것은 마중물 역할을 잘 해 주면 되는 것입니다.
앞서 제가 프로덕트, 프로세스, 비즈니스 모델을 대상으로 한다고 했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비즈니스 모델 속에는 규모는 작지만 그런 부분이 일부 포함되어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하나의 축으로써 유효하게 만들고 싶다면, 각 주체에게 이익(또는 가치)이 만들어지는 방향으로 가게 하기 위해서 기업들을 움직이게 하는 게 맞는 거죠.
김태환 : 대기업은 어차피 해요. 대기업이 스마트공장을 잘해서 일종의 낙수효과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건데, 안 된다고 하는 프레임에 갇혀 버리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겠죠.
우리는 자생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플랫폼이 필요하고 내재화가 필요한데, 이것을 오픈해가지고 우리 인근에 있는 협력사부터 다 쓸 수 있도록 해야 해요. 그런데 대기업을 배제하고 중소기업만 지원하는 그 정책이 맞겠느냐는 거죠.
우리는 매우 좋은 대기업 구조가 되어 있잖아요. 독일 사람들도 우리를 보고 대기업만 잘하면 스마트공장 금방 되겠다고 할 정도로 장점이 있는데 그 활용을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권봉현 : 대기업들이 상생 프로그램을 지원하면서 협력업체들을 계속 변화시켜 나가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현재로는 그것이 강력한 유인책이 되기에는 미흡해요. 왜냐하면, DT(Digital Transformation,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로 가기 위한 여정은 아주 길고 험난하며 인력에 대한 교육도 포함시켜야 하는데, ROI 측면에서 단기적인 효과로는 크게 안 보이거든요. 대기업들은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로드맵을 가지고 차근차근 투자 계획을 세워서 진행하고 있는 거예요.
김태환 : 그래서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거죠. 제가 볼 때 가장 빠른 길은 대기업이 나서서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유인책을 내줘야 해요.
권봉현 : 지금 정부에서 하는 보급사업 중에는 상생 프로그램이라는 게 있어요. 재작년부터 삼성전자가 해오던 것을 확대해서 몇 개 업체가 하고 있는데, 그 프로그램은 현물을 투입하고 자기 비용을 들여가면서 하게 만드는 구조이기 때문에 모든 대기업이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효과가 입증되면 투자한다…다만 다양한 업종도 고려해야
■ 김유활 : 정부와 시장이 함께 움직이는 구조가 가장 좋겠지요. 올해 정부의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을 보면 신규 구축의 경우 1억 원까지 2배 확대됐고, 기존 스마트공장 구축기업에도 최대 1억5000만 원까지 지원하는 등 구축 지원금이 대폭 확대됐습니다. 그 어느 해보다 스마트공장 보급을 위한 정부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보는데요.
권봉현 : 거기에는 공급과 수요에 관한 이슈가 있을 수 있어요. 정책이 나오면 그 정책을 잘 이해해서 도움이 되는 쪽으로 끌고 갈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쩔 수 없이 자금을 보고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제도의 허점이기보다는 그걸 이용해서 자기의 이익을 챙기려고 하는 거죠.
예를 들어 공장이 10개가 있다면, 그 공장에는 각각의 요구사항이 다 달라요. 그래서 공장의 사장들이 공장에 뭐가 필요한지를 정확하게 안다면 여러 공급업체 중에 ‘나는 이게 필요해’ 라고 선택할 수 있겠죠. 이것은 공급업체들이 영업해서 MES와 같은 솔루션을 수요업체에 설치해 주는 것과는 천양지차입니다.
대기업의 협력업체 경우는 대기업들이 직접 봐주면서 필요한 공급업체를 불러 솔루션을 깔게 하면 효과가 나오고 그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데, 일반 중소업체의 경우는 MES 업체가 ‘당신은 MES를 깔아야 한다’고 하면 정부 자금을 받아 MES를 깔잖아요. 지금은 그게 필요하겠지만, 어떤 단계에 가면 앞단에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는 MES만 깐다고 다 되는 게 아니거든요.
즉,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는 게 생기는 거죠. 공급업체들도 자기 사업을 해야 하니까 나쁜 의도를 가지고 하는 건 아니지만, 그것을 가지고 활용했는데도 결과를 보면 원래 목표했던 퍼포먼스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우리가 내는 세금을 투입하고서 효과를 보지 못하는 상황이 없지 않아요.
김태환 : IT라는 분야는 새로운 신기술이나 개발 방법론 등 빠르게 변화합니다. 그래서 모듈화 얘기도 나오는데, MES를 예로 들면 MES를 패키지로 까는 것은 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누구든지 MES 기능을 개발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 상에서 다운받아 쓸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기업에 대해서 서로 다른 MES를 깔아야 합니다.
우리가 4차 산업혁명을 얘기하면서도 옛날 방식을 그대로 고집한다면 확산이나 지속가능성은 더딜 수밖에 없어요. 지금 새로운 기술이 얼마나 많이 그리고 빨리 나옵니까. 우리가 시도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런 거예요. MES를 마이크로 서비스로 개발하면 모바일 앱을 통해 내가 필요한 MES 기능을 골라 쓸 수 있다는 거죠. 그것을 우리 조선에는 시도하고 있어요.
▲ 김태환 전무는 “4차 산업혁명을 얘기하면서도 옛날 방식을 그대로 고집한다면 확산이나
지속가능성은 더딜 수밖에 없다”며, “확산이 되려면 플랫폼이 단단해져야 하고
완성도가 높아져야 하며, 무엇보다 킬러 앱들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유활 : 그런가요? 가시화되는 시점은 언제쯤일까요.
김태환 :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내부 과제로 진행되고 있는데요, 이게 확산이 되려면 플랫폼이 단단해져야 합니다. 그리고 플랫폼 자체의 완성도가 더 높아야 되지만, 무엇보다도 킬러 앱들이 있어야 해요.
설비에 관한 앱, 품질에 관한 앱 등 킬러 앱들이 있어서 플랫폼에서 필요할 때 가져다 쓸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게 B2C이면 가능한데 우린 B2B예요. 원리는 똑같은데 제가 약간 고민하는 부분은 시장에서 경쟁할 만큼 개발 공급자가 있느냐는 거죠.
권봉현 : 공급자도 문제이지만, 결국 수요자를 고려할 때 패키지를 그대로 사용하는 게 아니라 자기 공장에 맞게 써야 하기 때문에, 그것을 가져다 쓰기 위해서는 아랫단이 준비되어 있어야 해요. 즉, 데이터가 올라올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것도 공통된 포맷으로 준비가 되어 있어야 사용할 수 있어요.
이는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큰 회사의 경우는 나름대로 공통된 플랫폼을 가져다 정의 내려서 쓸 수 있지만, 실제로 다양한 업종의 다양한 회사라면 매우 어렵다는 얘기죠.
김태환 : 제 얘기는 업종별로 서비스 앱이 한두 개씩은 있어야 한다는 거죠. 예를 들면, 우리 회사는 우리를 위한 플랫폼과 앱이 있는데, 이 앱은 동종 협력사에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예를 들어 이런 겁니다. 용접과 도장 공정 있다면, 이를 쉽게 관리할 수 있는 앱들이 있을 거예요. 우리는 이미 디지털 용접기와 디지털 도장을 개발하여 모든 용접과 도장 행위에 대해서는 다 데이터를 받고 있어요. 이걸 우리 조선에 적용해서 성공하면 다 볼 거 아닙니까.
정말 효과가 있다고 증명되면 중소기업도 투자한다는 거죠. 부족한 거는 또 누군가가 개발을 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 건강한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거예요. 이게 B2B라는 거죠. 실제로 GE나 지멘스가 하려고 했던 것도 바로 그런 거예요.
보안은 심리적 보안과 연결성의 이슈가 크다
■ 김유활 : 앱이나 클라우드 상에서 하는 거라면 보안도 해결해야 할 이슈일 텐데요. 어떤가요.
김태환 : 보안 관련 이슈는 기술적인 보안보다는 심리적인 보안이 더 크다고 봅니다. 제가 볼 때는 지금도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올리지만, 그것을 암호화를 한다든지 분산을 한다든지 등의 여러 방법이 있거든요. 저는 얼마든지 기술적으로 보안 위협으로부터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권봉현 : 스마트공장에서 보안은 데이터에 관한 이슈도 있지만, 연결성의 이슈가 더 크다고 봐요. 스마트화로 모든 장비와 설비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작업자의 보호 차원에서 이슈는 남아있는 거죠. 특히 액추에이터가 더욱 더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로봇이 열심히 움직이고 있는데 누군가가 해킹으로 로봇의 오작동을 일으키거나 펜스를 넘어가게 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요.
▲ 권봉현 전무는 “공장의 스마트화는 한 번에 다 바뀌는 게 아니기 때문에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에게 맞는 분야를 찾아주면 된다”며, “현장에서 일할 사람인지 데이터를 다룰 사람인지
결정해서 선발하거나 데이터 인력을 양성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마트공장은 데이터적으로 일하는것…계획적인 인력양성 필요
■ 김유활 : 공장이 지능화되면 현장에서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스마트공장이 고도화되면 실제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건가요, 아니면 또 다른 일자리 창출로 연결될 수 있는 건가요.
김태환 : 일자리가 생기고 없어진다는 개념보다는 일자리가 바뀐다고 봐야겠죠. 단순 자동화를 넘어 자율화·지능화·유연화가 실현되는 스마트공장에서는 사람이 판단하고 결정하던 부분이 기계가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그것을 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또 필요해요. 데이터적으로 일을 하는 거죠. 즉, 현장에서 올라온 데이터를 가지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며 품질을 올리고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혁신하는 업무로 바뀌는 거죠.
권봉현 : 사람들이 하는 오해 중의 하나가 무엇이냐 하면 스마트공장이나 DT 하는 것을 자동화로 오인하기 때문에 일자리가 준다고 생각합니다. 수단으로써 자동화를 할 수 있지만, 우리는 데이터에 관한 얘기를 하는 겁니다.
■ 김유활 : 인력을 재배치하기 위해서는 재교육은 필수일 텐데 몇 개월의 짧은 기간에 충분히 숙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 듭니다만.
권봉현 : 변화되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건데, 공장의 스마트화는 한 번에 다 바뀌는 게 아니기 때문에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에게 맞는 분야를 찾아주면 됩니다. 새로운 인력을 뽑을 때도 현장에서 일할 사람인지 데이터를 다룰 사람인지 결정해서 선발하거나 데이터 인력을 양성해야죠.
또 하나는 우리나라는 노동인구가 줄고 있어요. LS산전도 올해와 내년부터 시작해서 정년이 되어 은퇴하시는 분들이 많아져요. 스마트화로 일자리가 줄어들게 된다고 하지만, 15년, 20년이 지나고 나면 일할 사람이 없어요. 앞으로 몇 년 뒤 우리나라 인구분포가 어떻게 될지를 산업적으로 보고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단순한 이슈가 아니란 거죠.
김태환 : 최근 통계를 보면 일자리가 많이 줄었잖아요. 그런데 일자리가 주는 건 시간을 두고 없어지는 거거든요. 우리는 충분히 대응할 수 있고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요.
그리고 스마트공장이 고도화되면 스마트한 인력이 더 필요해요. 제가 독일 지멘스의 암베르크 공장을 보고 느낀 것이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준비해서 공장을 스마트화했는데, 단 한 명의 인력도 줄이지 않았고 모든 작업자가 스마트하게 일한다는 것이었지요.
권봉현 : 우리 청주공장에서는 빅데이터 과제를 진행하고 있는데, 도메인 지식을 가진 사람과 데이터를 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요. 그런데 이 두 가지 경험을 다 가진 사람이 거의 없어요.
결국 뭐냐 하면, 우리가 프로젝트를 하나씩 하나씩 진행하면서 도메인 지식을 가진 사람이 데이터 능력을 키운다든가, 데이터 보는 사람이 도메인 역량을 조금씩 키우든가 하는 거죠.
그렇게 경험을 해나가다 보면 나중에 그 사람은 현장을 알면서 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역량이 생기거든요. 때문에 걱정할 일은 아니라고 봐요. 다만 어떤 경우든 계획을 가지고 전문 인력을 육성해 나가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겠고요.
정부의 관심과 기업들의 플랫폼 전략 접근이 필요하다
■ 김유활 : 마지막 질문입니다. 거버넌스 차원이든 비즈니스의 차원이든 국내 스마트공장이 당초에 목표했던 그림으로 가기 위해서는 현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태환 : 정부의 정책이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을 참여시켜서 업종별로 수직적 통합하는 형태로 갔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 기업들은 플랫폼 전략으로 접근해야 해요.
그러면 수혜 받는 중소기업들도 더 늘어날 거라고 봐요. 대기업의 노조 문제 또한 4차 산업혁명시대에서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를 정부에서 관심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민간에게만 맡기면 안 돼요. 그것을 해결하지 않고 스마트공장 보급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반쪽짜리 성공에 머무르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권봉현 : 답을 정해 놓고 얘기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이제는 사업도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해야 하는 시대이거든요. 옛날처럼 열심히 노력만 하면 따라가는 시대가 아니라는 거죠.
정부 정책이 어떻든 간에 자기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하면서 앞서 얘기 나왔던 담론을 가지고 판을 만들어주면 각 주체들이 헤쳐나갈 수밖에 없는 거예요.
■ 김유활 : 국내 스마트공장 활성화를 위한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