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헬로티]
③ 수소 강국 되기 위한 선행조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17일,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며 수소경제에 대해 “우리로서는 국가 에너지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면서 신성장동력을 마련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앞선 기술력을 토대로 한국이 수소 강국 반열에 오를 수 있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한국이 수소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수소연료 공급, 과연 계획대로 될까?
정부는 수소에너지를 통해 화석연료 빈국서 수소 산유국으로 거듭날 계획을 갖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에 따르면, 한국은 2040년까지 연간 526만 톤의 수소 공급량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의 수소생산 전략은 ▲부생수소, ▲추출수소, ▲수전해 수소, ▲해외생산 수소 등 크게 4가지다. 이중 부생수소는 석유화학 공정에서, 추출수소는 갈탄이나 천연가스 공정 등에서 생산된다. 부생수소와 추출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따라서 이 두 가지 생산방법은 친환경이라고 말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지금 한국은 수소 생산을 이 두 가지 방법에 의존하고 있다. 2018년 기준 수소공급량 13만 톤 가운데 90%는 부생수소였고, 나머지는 추출수소였다. 이에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초기에는 부생수소와 추출수소를 늘리는 방식으로 가고, 향후 신재생에너지가 확충되면 남는 전기를 활용해 물을 전기분해해서 수소를 얻거나 해외거점 수소 생산기지를 통해 대량의 수소를 수입하는 방식으로 공급을 확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앞으로 늘려가겠다고 밝힌 수전해 수소는 앞으로 대규모(100MW급 이상) 재생에너지발전단지와 연계해 생산될 예정이다. 정부는 2022년까지 MW급 수전해 기술을 개발한 후 2025년부터 비기계식 수소 압축 및 저장 기반 대용량 전력저장 상용화 기술을 개발한다고 밝혔다. 현재 55% 수준인 수전해 효율도 2022년 7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하지만 수전해 수소도 한계가 있다. 수전해 수소는 전기에서 수소를 얻은 후 다시 수소로 발전시키는 방법이다.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얻는 방식은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해외거점 생산기지를 통해 대량의 수소를 수입하는 방법은 비용의 문제가 있다. 정부는 수소에너지의 공급량을 늘려 규모 경제를 달성함으로써 현재 1kg당 8,000원~1만 원 수준인 수소 연료 가격을 2040년에는 3,000원 이하로 낮출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소 가격을 내릴 수 있을지에 의문을 갖는다. 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전기가 쓰일 수밖에 없고, 여러 단계에 걸쳐 에너지를 전환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까닭이다.
비싼 가격과 규제가 발목 잡는 수소충전소 보급도 문제
수소충전소도 문제다. 수소차 대중화의 선행조건이 바로 충분한 수소충전소 보유 여부다. 현재 전기차도 충전소가 부족해 구입을 망설이는 이들이 많다. 수소충전소는 전기차 충전소보다 턱없이 모자른 수준이다. 그렇다고 수소 충전소를 마구 설치할 수도 없다. 제대로 된 수소충전소 1기를 설치하는데 30억~35억 원의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수소충전소는 규제도 많다. 정부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며 정부는 규제샌드 박스를 선언했다. 도심지나 공공청사 등 주요 거점에 충전소를 설립할 경우 입지제한·이격거리 규제 등을 완화하거나 유예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수소충전소의 규제는 까다롭기만 하다.
현행법에 따르면, 수소충전소는 학교 및 전용주거지역, 상업지역, 자연환경보전지역 등에 건설할 수 없다. 현행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에서는 유치원, 대학 등 학교 부지로부터 200m 이내의 부지에는 수소충전소를 설치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수소충전소의 부지 확보는 필요하다. 수소차의 충전 시간은 5분으로 알려져 있다. 시간이 짧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충전소에서 모든 차가 충전을 하고 있으면, 차 안에 앉아서 5분을 기다려야 한다는 뜻과 같다. 또, 기다리는 차들이 많아질 경우 충전소 부근에 차가 긴 행렬을 이룰 수도 있다.
인건비도 문제다. 고압가스 안전관리법에 따르면, 수소충전소에는 반드시 안전 관리자가 있어야 한다. 일반 주유소에서 대중화된 셀프 충전도 불가하다. 최근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물가 역시 계속 오르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인건비까지 생각하면 수소충전의 비용이 마냥 저렴하기를 기대하긴 힘들다.
▲증가하는 수소차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 지가 의문이다.
늘어나는 수소차 공급, 모두 감당할 수 있는지도 의문
늘어나는 수소차의 수요도 생각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2,000대였던 수소승용차 보급을 올해 4,000대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또, 2025년까지 연 10만 대의 상업적 양산체계 구축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늘어나는 수소차의 수요를 다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차는 최근 충북 충주에 수소차 핵심부품 전담 생산 공장을 신축했다. 이 공장으로 연간 생산량 3.000대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해외 문제도 생각해야 한다. 내수는 물론, 수출 물량까지 고려하면 생산 공장이 더 늘어나야 한다. 특히 생산 과정에서 부품이 많이 필요한 수소차의 경우 납품을 담당하는 협력업체가 많이 필요하다. 하지만 수소차의 경우 일반차 시장과 달리, 협력업체 수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수소차 생산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한 관계자는 “수소차의 증가는 수소차에 들어가는 부품의 증가와도 연결된다. 차에 들어가는 부품을 현대자동차가 모두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 역할은 보통 중소기업의 몫”이라며 “현재 수소차 부품을 제작하는 기업과 연구하는 연구소 등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수소차 생산을 늘리기 위해서는 관련 중소기업과 연구소 등에도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