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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에서 한반도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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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은 한국과 러시아가 최초로 얘기한 내용이다. 슈퍼그리드 구축에서 한반도의 역할은 중요하다. 특히 남북문제는 슈퍼그리드 구축에 막중한 역할을 끼칠 예정이다. 그렇다면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에서 한반도의 역할은 무엇일까? ‘2018 에너지포럼’에서 참석,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문승일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에 앞서 북한 전력망 상황이 궁금합니다. 사실 북한 전력망 상황에 대한 정보는 쉽게 얻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현재 북한에 필요한 전력망 구축이 무엇인지도 가늠하기 쉽지 않습니다. 한국전기연구원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윤재영 한국전기연구원 전력망연구본부장



북한의 폐쇄적인 전력망을 100% 파악할 순 없습니다. 단지 북한에서 발간한 논문자료, 뉴스, 기타 자료를 토대로 코끼리 뒷다리 만지듯 파악할 뿐입니다. 북한의 발전 부분은 대략 95% 파악할 수 있습니다. 발전 부분은 한 개 장소에 있고, 사전에 어느 정도 정보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송배전망은 아시다시피 전국에 걸쳐 있기 때문에 정확한 상황을 알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확실한 건 현재 남북한 송배전망은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전압체계가 다르고, 그 안에 있는 접지방식이나 차단기 등의 사양이 완전히 다릅니다. 현재 한전의 송배전망 손실은 3.7% 내외입니다. 북한의 송배전망 손실은 단언할 수는 없지만, 20% 이상일 것으로 봅니다. 왜냐하면 1960년대 한전에서도 전력 손실이 20% 이상이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반대로 말하면 북한 송전망을 재구축할 경우 발전소를 10% 이상 새로 건설하고 운영한 것과 같다는 겁니다. 따라서 북한의 송배전망 구축은 꼭 필요합니다.


향후 북한의 상황을 고려한 현실적인 전력망 구축 방안은 한가지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남한식으로 표준화해야 합니다. 남한은 해방 이후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루면서 전력망을 고도화 시켰습니다. 경제적으로도 효율적으로도 세계적인 수준의 전기 품질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북한의 열악하고 낙후된 시설을 교체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통일 이후까지 생각한다면 남한과 동일하게 해야 합니다. 송배전망을 전체적으로 구축하되, 리모델링이 아닌 완전히 파괴하고 재구축하는 방향으로 가야합니다.


문승일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북한의 송배전망을 다시 구축하면 북한에 발전소를 새롭게 설치하는 것의 10% 이상 효과가 있다는 말씀이 인상에 남습니다. 북한의 송배전망 구축은 남북 에너지 협력이나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에도 반드시 해야 하는 과제로 생각됩니다. 어찌됐든 남·북·러 전력 연계망을 구축하고 동북아시아 슈퍼그리드 구축을 위해선 북한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북한의 넉넉하지 않은 자본 상황이 염려되는 건 사실입니다.


이상준 국민대학교 유라시아학과 교수



남·북·러 전력 연계망 구축 사업을 진행하는데 있어 UN은 대북제재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은 러시아에 북한 지원 제재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북미정상회담 이후 해소될 부분은 있다고 봅니다. 


만약 남·북·러 전력 협력이 북한 비핵화를 빠르게 진행시킬 수 있다면, 북한의 제재가 빨리 풀릴 수 있도록 우리 정부가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와 달리, EU도 동북아 전력협력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어떠한 구조적 특성을 만드느냐에 따라 자본적인 부분은 해소될 수 있다고 봅니다.


문승일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에너지 협력을 위해 북한이 마음의 문을 열고, 주변국도 북한을 이해해주는 분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렇다면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에 앞서 한국의 전력 산업은 어느 정도 위치일까요? 우리의 기술과 산업의 현 위치가 궁금합니다.


김홍균 한국전력공사 계통계획처 처장



일반적으로 저희들이 알고 있기로는 일본은 발달 돼 있고 중국은 뒤쳐져있다고 보지만, 실제로는 중국이 우리보다 앞서있는 분야가 많습니다. 전력 분야는 사실 오래전부터 우리나라보다 중국이 앞섰습니다. 중국인 선진 기술을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워낙 수요가 많기 때문에 해외로부터 노하우를 쉽게 획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수요가 부족하기 때문에 해외에서 기술을 습득하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한전은 작년에 중국과 사전 타당성 검토를 연구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 한국과 중국의 명확한 차이를 느꼈습니다. 당시 연구한 분야가 전력분야 보호계전기 분야였습니다. 이 분야가 어렵습니다. 한국은 대부분 수입을 하는 분야입니다. 따라서 한국에는 연구원이라고 해봐야 얼마 없었습니다. 하지만 중국 제조회사는 연구원만 30명 이상이 있었습니다. 이런 점을 볼 때 향후 우리의 전력산업은 더 뒤처지고 밀리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문승일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한국 전력산업 면에서 봤을 때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서 한국도 전력 산업에 많은 투자가 이뤄져서 더 세계적인 첨단 기술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북아 슈퍼그리드는 기술적인 부분도 문제지만 전기 요금도 상당히 예민한 문제 중 하나입니다. 각 국가의 전기요금이 상이해 수익 구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각 국가의 전기요금 문제는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윤재영 한국전기연구원 전력망연구본부장



일본의 전기요금이 우리보다 2.5배 비삽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동일하게 98% 이상의 발전 전력을 외국에서 수입하는데도 차이가 납니다. 그 이유를 조사해본 적이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단일체제였습니다. 지금은 구조개편에 의해 달라졌지만, 과거 한전은 단일체제였습니다. 반면, 일본은 지역별로 10개 사업자가 있습니다. 각 사업자는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구조를 안고 있기 때문에 일본 투자율이 훨씬 높았습니다. 처음 에너지를 해외에서 가져올 때도 한국이 일본보다 저렴했습니다. 전기시설 건설비도 달랐습니다. 일본은 특유의 국내성 때문에 같은 발전소, 같은 송전선로, 같은 배전선로를 짓더라도 한국보다 1.5배 비싼 건설비를 들였습니다. 또, 한국과 일본의 세금 제재도 달랐습니다. 


그렇다면 한국과 일본 사이에 해저케이블이 생기면 우리나라가 일본에 전기를 수출할 때 일본은 자국 전기요금만큼의 요금을 줄 것인가? 저는 그렇지 않을 꺼라 생각합니다. 일본이 수입할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가 공급하는 발전, 송전, 배전 단가가 있고, 일본이 생각하는 요금이 있습니다. 이것을 적절하게 조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익을 남기고, 일본도 조금 더 싸게 수입할 것인지를 따져야 합니다. 


러시아와 중국이 우리보다 전기요금이 저렴한 것도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한전이란 단일체제에서 전기요금이 그다지 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입장에서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이 되면 우리보다 비싼 전기요금을 가진 지역의 전기를 수입해야할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이 문제에서 우리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선 전력을 대규모로 가져와 전력요금을 낮춰야 합니다.


앞으로 전기요금은 친환경 문제 등에 결부될 것입니다. 미세먼지, CO2 등 환경문제가 전기요금에 반영될 수 있습니다. 과연 이 요금이 러시아나 중국의 전기요금에도 반영될 지도 문제입니다. 러시아는 에너지를 수출하기 위해선 발전소를 새로 지어야 하는 입장입니다. 결국 러시아는 에너지를 투자로 봅니다. 러시아는 발전 입지가 풍부하고, 중국도 여유 전기가 있습니다. 이러한 뿐에서 친환경, 고신뢰, 효율적인 전력유통이 상호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이 전력요금 격차를 상쇄하고, 상호간의 이익을 줄 수 있는 조금의 이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문승일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윤재영 본부장님의 말씀대로 전기요금 문제에서 해결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슈퍼그리드 구축에 앞서 이런 부분부터 협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도 대학 교수여서 드리는 말씀이지만, 협의는 산업과 학계 간에도 필요합니다. 이상준 교수님께서는 앞으로 학계에서는 어떤 역할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이상준 국민대학교 유라시아학과 교수



저도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과 관련해서 한전과 인연을 맺어 4년간 함께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동북아슈퍼그리드를 연구하는 학회를 만다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북아 슈퍼그리드의 한 부분으로 남북 간 계통 연계를 정부차원에서 준비하고 연구하면 전력망 사전 분석도 충분이 이뤄질 것으로 봅니다. 그렇게 되면 더 큰 그림을 디자인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국제적으로도 이러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문승일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여러 전문가 분들의 좋은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여기서 토론이 마무리돼야할 것 같습니다. 과거 전력 설비는 10대 1 규모로 북한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20대 1 정도로 우리가 많습니다. 앞으로 남북은 에너지 협력을 통해 더욱 활기를 찾아갈 것이라 생각합니다. 전기가 통해야 남북한 사람들끼리 마음이 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북한 사람끼리 마음이 통해야 통일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남북 경제협력은 동북아 평화의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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