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없는 휴대폰, 장시간 비행 드론 실현 가능성 높아져
자연에서 버려지는 자원으로부터 다시 유용한 에너지를 만드는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로는 태양광, 풍력, 조력, 파력 등이 있으며 현재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신재생 에너지는 부분적으로 실생활이나 산업에 응용되고 있지만, 더 발전된 성능이나 활용이 필요하다.
인공근육 재료의 실 활용
컴퓨터에 전원을 연결해야 사용할 수 있듯이 인공근육은 에너지를 외부에서 공급해야만 움직일 수 있어서 활용에 제한이 있었다. 이와 관련, 김선정 교수(한양대) 연구팀은 수축이완하거나 회전할 때 전기 에너지를 저절로 생산하는 최첨단 실(yarn)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인공근육이 자체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에너지를 생산하고 구동할 수 있다면 더 많은 활용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전기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시도되고 있지만, 이 연구에서는 인공근육 그 자체, 인공근육 재료의 실을 이용해 전기화학적인 방법으로 전기 에너지를 생산했다. 따라서, 전기화학적인 방법으로 배터리가 없어도 전기 에너지를 스스로 생산할 수 있는 인공근육 실 에너지 하베스터를 개발했다. 여기서 에너지 하베스터란 열, 진동, 음파, 운동, 위치에너지 등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버려지거나 사용하지 않는 작은 에너지를 수확하여 사용 가능한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장치를 말한다.
▲ 그림 1. 코일 형태인 트위스트론 실(탄소나노튜브 인공근육)의 주사전자현미경
사진 [이것은 탄소나노튜브를 한쪽 방향으로 과도하게 꼬아서 코일 형태로 만든
트위스트론실이다. 이 실의 직경은 60∼70㎛로 사람의 머리카락 굵기(평균적 100㎛)
보다 얇고, 실의 스프링 모양 구조로 인해 수축 이완(약 30%)을 쉽게 할 수 있다.
탄소나노튜브로 제작된 트위스트론 실
연구팀은 탄소나노튜브를 과도하게 꼬아 고무 밴드와 같은 코일 형태로 만든 트위스트론 실[트위스트론(Twistron)은 Twist(꼬다)와 –tron(‘기구’라는 의미)의 합성어로, 과도하게 꼬인 고무 밴드 같은 코일 형태의 실]을 제조했다. 이 실이 전해질 속에서 수축 이완하거나 회전 운동을 할 때 인공근육의 부피가 감소하면서 전하가 인공근육에 모이게 되는데, 이 전하가 인공근육에 저장되는 원리로 전기 에너지를 생산한다. 트위스트론 실이 초당 30회 정도의 속도로 수축 이완할 때 중량으로 표준화시키면 킬로그램당 250와트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트위스트론 실은 사람의 머리카락보다 직경이 10,000배나 작은 탄소나노튜브로 만들어졌다. 이것은 우선 탄소나노튜브를 꼬아서 고강도 고경량 실 형태(수십 마이크로미터 직경 크기)를 만들고, 고탄성을 부여하기 위해 이 실을 더 꼬아서 코일 형태의 실을 제조했다.
트위스트론 실은 전해질 속에서 잡아당기면 꼬임이 증가하면서 밀도는 증가하고 내부표면적은 감소되어서 커패시턴스(Capacitance: 축전기에 전하를 저장할 수 있는 능력, 전기용량)가 감소하게 된다. 이 커패시턴스의 변화량만큼 전기적 포텐셜의 변화가 발생해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원리이다.
▲ 그림 2. 동해 경포대 바다에서 실험한 장치 모식도와 실험 사진
(a) 경포대에서 트위스트론 실에 고무풍선을 매달아 전기 에너지를 생산
한 실험 장치의 모식도. 장치의 구성은 트위스트론 실을 넣고 바닷물이 쉽
게 접할 수 있는 전극을 장착한 유리병, 트위스트론 실과 연결된 풍선 및
전기를 측정하는 장비로 이루어져 있다.
(b) 파도가 칠 때마다 움직이는 풍선에 의해 트위스트론 실이 수축 이완하
여 바닷물로부터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는 실험 당시의 실제 촬영사진이다.
해양에서 대량 전기 생산 가능성 제시
에너지 하베스터로 응용 가능성을 보여준 실험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한국 동해의 해변(경포대)에서 트위스트론 실에 풍선을 매달아 바닷물 속에 직접 넣었더니, 파도가 칠 때마다 실은 풍선에 의해 25%까지 수축 이완되면서 전기 에너지가 생산되는 결과를 나타냈다.
그리고 공기 중에서 온도 변화로 움직이는 나일론 인공근육과 트위스트론 실을 연결해 나일론 인공근육의 기계적 운동에 의해 트위스트론 실이 전해질 내에서 전기 에너지가 저절로 생산되는 결과도 나왔다. 일례로, 트위스트론 실로 꿰맨 티셔츠를 입고 호흡할 때마다 실의 신축 변화에 의해 생성되는 전기적 신호를 검출해 외부에서 전원공급이 필요 없는 자가 구동 센서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 그림 3. 열에너지로부터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는 인공근육 실 [이것은 공
기 중에서 온도의 변화로 움직이는 나일론 인공근육(상단 부분)을 트위스
트론 실(탄소나노튜브 인공근육, 하단 부분)에 연결해서 구성했다. 나일론
인공근육이 주변의 온도 변화(열에너지)로부터 자발적인 수축 이완이 일
어나서 트위스트론 실을 움직이며 전기 에너지를 생산했다]
이 연구에서는 한정된 시간 동안에만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배터리와 달리, 반영구적으로 무제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신재생 에너지를 연구하고자 했다. 전기 에너지를 스스로 발생하는 트위스트론 실은 자가 구동 무선센서, 해양에서 대량 전기 생산, 휴대폰 또는 드론에 장기간 연속적 전원공급 등 다양한 응용을 통해 향후 관련 산업을 발전시킬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트위스트론 에너지 하베스터는 실의 직경을 증가시키거나 병렬 연결함으로써 에너지 하베스터 스케일 업의 가능성이 있으며, 가격 경쟁력이 확보된다면 해양에서 엄청난 양의 전기 에너지 수확이 가능할 것이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연구지원사업(개인연구)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