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복사기, 프린터, 스캐너 같은 이미지 복제를 위한 장비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미지를 보다 쉽고 정교하게 위조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보다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들도 함께 개발 및 적용되고 있다.
이 가운데 주로 이용되는 기술 중 하나인 홀로그램은 보는 각도에 따라 이미지가 바뀌며 정밀금형으로 패턴을 제작해 만들어야 하므로 프린터로는 복제가 불가능했다. 그러나 금형기술이 계속 발전함에 따라 제작 단가가 줄어들고, 다른 홀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매번 정밀 금형패턴을 새로 제작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또 대부분 스티커 방식으로 제작돼 제품에 부착되기 때문에 훼손 가능성이 높고 위조품에 옮겨 붙일 수도 있었다.
최근에는 보는 방향에 따라 달리 보이는 기법도 적용되고 있지만, 이미지를 이용한 위조 방지기법이라는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왜냐하면 이미지 위조 및 변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보다 복잡하고 어려운 이미지를 도입해야 하는데, 이는 제작단가를 높이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에는 정품에 QR(Quick Response) 코드를 부착하거나 화폐에 Circuit Installation(종이 사이에 전기 회로를 삽입하여 위조 방지에 사용하는 기술)을 제작해 단순이미지 복제 방지가 아닌 정보 저장으로 위조를 판별하는 방법들도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QR 코드는 단순 복사만으로도 이미지 복제가 가능하므로 위조방지보다는 정보전달의 목적이 강하고, Circuit installation은 제작 공정과 분석에 복잡한 기술이 필요하다.
▲ 그림 1. 제품 표면에 제작된 회전 미세 패턴 예시 (기계연에서 개발된 레이저 간섭 가공기를 이용하면 제품 표면에 마이크로
패턴들을 고속으로 제작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제작된 마이크로 패턴들은 한 개의 회전각도가 한 개의 시리얼 넘버에
해당된다. 즉 (a)의 마이크로 홈은 한 개의 시리얼 넘버를 나타내도록 암호화된다. 예를 들어, 10개의 시리얼 넘버를 제품에
표시하고 싶다면 (a)와 같은 마이크로 홈을 10개 제작한다)
10㎛ 수준의 고유 패턴으로 위·변조 방지
미래창조과학부 한국기계연구원은 초미세 패턴을 레이저로 제품에 직접 가공하여, 제품 시리얼넘버를 암호화하는 방식으로 위·변조 가능성을 원천 봉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기계연구원 연구운영비 지원 사업인 ‘BKT(Buy Kimm Tech)’ 프로그램을 통해 추진됐으며, 국내 특허등록 및 미국 특허출원을 마쳤다. 현재는 중소기업 (주)덕인과 중소기업청 중소기업 융복합 기술 개발 사업으로 상용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하이 피크 파워 레이저의 간섭(두 개의 레이저 빔을 중첩시켰을 때 작은 줄무늬 모양의 광분포가 만들어지는 현상)을 이용해 위·변조가 불가능한 10㎛ 수준의 고유 패턴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위·변조 방지용 마크를 제품 표면에 직접 제작할 수 있어 홀로그램 스티커를 떼거나 붙이는 등 위조의 위험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 여기서 하이 피크 파워 레이저란, 레이저빔이 펄스 형태로 나오며 펄스의 피크 파워가 높은 레이저를 의미한다. 기존 레이저와 달리 하이 피크 파워 레이저는 간섭 현상을 만들어 내기 힘들지만, 재료 표면을 직접 가공할 수 있다. 또한, 고유의 패턴이 일련번호와 같은 역할을 하므로, 기존의 홀로그램 스티커와 일련번호를 하나로 통합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이것은 위·변조 방지에 효과적일 뿐 아니라 위조 여부를 식별하는 시간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이다.
핵심 기술은 금속표면에 A4 용지 1/10 두께의 10㎛ 크기 마이크로 홈(Micro Groove)을 0.1초 동안 100개 이상 가공하는 것으로, 기존에는 포커스된 레이저빔의 회절 한계 때문에 미세한 패턴을 가공하기 어려웠지만 연구팀은 레이저의 간섭효과를 이용한 독창적인 광학설계를 통해 이를 성공시켰다. 또 가공하면서 레이저 간섭의 회전을 이용해 각각 패턴마다 고유의 회전 각도를 새겼고 이것이 일련번호 역할을 하도록 했다.
또한 각각 다른 회전 각도를 검출할 수 있는 검출기도 제작했다. 검출기를 이용하면 시리얼 넘버와 같은 제품 고유의 회전 각도를 측정할 수 있다. 검출기는 10만원∼100만원 정도로 제작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는데, 제품을 취급하는 곳마다 비치하여 고객에게 진품 여부를 그 자리에서 판단해 주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 그림 2. 제품 표면에 제작된 미세 패턴 회전 각도 측정의 원리
(미세 패턴에 그림과 같이 레이저가 조사되면 회절이라는 광학적 현상이
일어난다. 이 회절에 의해 미세 패턴의 회전 각도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
고출력 펄스레이저로 마이크로 크기의 홈 제작
기존의 위조 방지 기술은 일련번호를 새기거나, 주로 스티커 형태의 박막에 홀로그램 패턴을 제조하여 제품 표면에 부착하는 방식인데, 비교적 위조가 쉽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일련번호를 새기거나 QR 코드 개발 등 새로운 방식도 시도되고 있지만, 일련 번호 마킹이나 QR 코드 또한 비교적 위조가 쉽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 그림 3. 레이저 간섭 회전 패턴의 시계 위조 방지 활용 예시
노지환 책임연구원은 “기존의 위·변조 방지 기술은 금형제작 기술의 보급 등 기술 발전에 의해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며,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위·변조 제품의 유통 위험을 줄이고 건강한 시장질서 유지에 기여할 수 있으며 실생활에 도움을 주는 기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에서는 단순 이미지 복제 장비로 위조가 불가능하고 패터닝과 분석도 빠른 비접촉식 광학 설계 방법을 제시했다. 고출력 펄스레이저를 이용, 재료 표면에 빨래판의 줄무늬 같은 홈을 마이크로 크기로 빠르고 정확하게 제작했으며, 이 회절패턴에 레이저를 조사하여 생성되는 각각 회절무늬 각도에 문자 및 숫자를 매칭함으로써 회절무늬들의 각도 조합에 따라 많은 정보를 기입할 수 있도록 했다. 그뿐 아니라 스마트폰의 카메라가 격자패턴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할 경우, 레이저가 없어도 패턴을 인식하여 쉽고 빠르게 위조를 감별할 수도 있다.
정리: 김희성 기자(npnted@hellot.media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