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에서 10조로.” 지난해 12월 새로 부임한 한국로봇산업진흥원 박기한 원장의 계획이다. 국내 4조 시장을 4년만에 10조원 규모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국내 로봇산업의 싱크탱크 수장으로서 로봇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성장전략을 추진해온 박기한 원장의 배짱이라면 기대해볼 만하다. 대구 진흥원을 찾아 박 원장의 계획을 자세히 들었다.
Q. 안녕하십니까. 바쁘신 중에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바쁘시지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어느 때보다도 로봇이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3대 원장으로 취임하게 되서 매우 영광스럽지만 한편으로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Q. 정부는 물론 사회 곳곳에서 4차 산업혁명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관련 사업을 기획하고 있는 게 있으신지요.
지난 연말에 기재부에서 올해 경제동향발표에 따르면 2월 중에 민관합동 4차산업혁명대책위원회를 만들어서 4월까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하기로 했지요. 저희 진흥원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현재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Q.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진흥원은 이미 5년 전에 비전을 선포했었지요. 시간이 많이 흘러 다시 한번 비전 재정립을 위해 TFT를 가동했습니다. 비전 재정립은 앞으로 우리가 목표 달성을 위해서 핵심적으로 해야 할 것과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들을 도출하고 있습니다.
4차산업혁명 선두에 서다
Q. 최근 산업계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한국형 스마트공장 구축사업에서의 로봇 역할도 포함되겠지요.
물론입니다. 스마트공장에 IoT만 들어가서는 의미가 없습니다. 거기에는 반드시 로봇이 결합되어야 완전 자동화가 되는 겁니다. 저희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스마트공장에서의 로봇 확산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었어요. 로봇을 활용한 중소제조 공정혁신 지원사업입니다. 진흥원 주위에 보이는 건물들이 대구의 3공단인데요, 저희 지원을 통해 로봇을 도입한 기업들이 있습니다.
중소 제조기업들은 거의 외국인 노동자의 수작업으로 많은 공정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그런 수작업 공정을 재설계해서 로봇을 투입하는 것이지요. 스마트공장추진단과 연계해서 추진하려고 합니다. 지난해에도 11개 업체를 대상으로 지원했습니다. 올해에도 물론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고요.
Q. 스마트공장 확산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할까요.
아시는 것처럼 스마트공장추진단은 4단계로 보급 확산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기초단계, 중간1단계, 중간2단계, 고도화단계이지요. 그런데 수요 기업들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중간1단계 이하가 대부분이에요. MES 시스템이라든지 ERP처럼 손으로 관리하던 것들을 전산화시키고 육안으로 하던 것들을 센서로 대체하는 수준입니다.
이런 형태는 독일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 인더스트리 4.0과 완전히 다르지요. 물론 독일의 경우가 모범답안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말이지요.
생산관리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해서 갑자기 기업의 성과가 좋아지기는 어렵잖아요? 그렇지만 로봇이 같이 들어가면 이야기는 바로 달라집니다.
주물공장이 있다고 가정해보죠. 지금까지는 쇠를 가져와서 용광로에 녹이고 어떤 틀에다가 집어넣고 금형을 만들고 이것을 갖고 주문업체에 납품하는 과정을 전부 수작업에 의존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용광로 앞에서의 작업부터 시작해 생산, 제품 검사, 제품 이송 등의 과정을 로봇이 한다면 작업의 효율과 생산성에서 과거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겠지요.
4차 산업혁명까지 가는 스마트공장이라고 하면 이와 같은 기반 위에서 다양한 니즈들을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과거에는 소품종소량생산 형태의 주문형 생산이었지만, 현재와 같은 다품종대량(소량)생산이 가능한 고객 맞춤형 상품 생산에서는 로봇이 필수적인 요소로 참여해야 합니다.
‘로봇×스마트공장’이 중요하다
Q. 스마트공장추진단의 보급 및 확산 계획과 진흥원의 계획이 만나면 좋은 시너지가 발생하겠군요.
요즘 유행하는 일종의 콜라보 효과라 할까요(웃음). 도입하는 기업들은 생산성 향상이라든지 불량률 감소와 같은 큰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IoT 중심의 추진단의 계획과 로봇 중심의 진흥원 계획이 서로 만나 예상하지 못한 상승 작용을 발생시키고 있는 것이지요. 11개 사업을 수행한 기업들을 선정할 때 스마트공장을 추진한 기업에 대해서는 가산점을 부여해 우선 선정하기도 했지요. 추진단사업과 우리 로봇사업이 서로 연계될 수 있도록 계속 지원할 계획입니다.
Q. 앞에서 말씀하신 다품종대량(소량)생산 등은 로봇이 어떤 틀 안에서 벗어나 스스로 이동해서 작업해야 효율이 늘어나지 않을까요.
로봇을 이동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앞으로 몇 년 안에 많이 달라질 겁니다. 글로벌 업체들은 상당부분 이를 현장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아디다스의 경우 매우 획기적으로 로봇을 활용하고 있잖아요.
우리도 그런 모델을 벤치마킹해야겠지요. 이른바 협동로봇이라고 하지요. 내 책상 위에서 나와 같이 두 팔로 작업하는 양팔 로봇과 협동할 수 있지요. 한팔 로봇으로 하는 것보다 작업 능률이 완전히 달라지지요. 여기에 이동성을 추가하면 됩니다.
Q. 로봇클러스터사업단장과 로봇성장사업단장을 역임하시는 등 줄곧 국내 로봇산업 고도화를 위해 힘써 오신 줄 알고 있습니다. 그간의 실적을 말씀해주시지요.
잠시 과거로 올라가겠습니다(웃음). 저는 지난 2011년부터 이듬해까지 경영지원실장을 역임했었지요. 당시 저는 청사 구축과 기관의 각종 경영제도를 마련하고, 진흥원의 가치관 수립이나 지속성장 가능한 경영 기반의 토대를 구축하는 데 주력했었습니다.
이어 2015년까지 로봇클러스터사업단장 시절에는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2,350억원 규모의 로봇산업 클러스터 조성사업을 출범시켰습니다. 로봇산업 R&BD허브를 구축해 로봇융합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올해 상반기까지는 총 330억 원을 투입하여 로봇 성능, 안전성, EMC, 신뢰성 등의 시험평가 장비와 로봇기업의 제조지원 장비를 구축하고, 로봇기업의 기술사업화 지원을 위한 로봇기술 제품화지원 및 기술이전 지원 사업 등을 추진해왔고요.
로봇산업클러스터는 앞으로 기업의 연구개발 이후 설계·디자인, 시제품 제작, 시험평가·인증으로 이어지는 원스톱 지원체계가 구축될 뿐만 아니라 기존 진흥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보급사업 및 기술 사업화 지원, 창업과 인력양성 등을 포함해 종합적인 로봇기업 육성시스템을 갖추게 됩니다.
로봇성장사업단장은 지난해까지 역임했습니다. 시장창출형 로봇보급사업 18개 과제를 지원하고 2,760억원의 성과를 창출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로봇 활용 중소제조공정혁신 지원사업 11개도 지난해 결실이었고요.
선순환의 전제는 인간
Q. 국내 로봇산업의 선순환구조 구축을 강조하셨습니다. 선순환구조란 무엇인가요.
로봇은 인간이 활용하는 것입니다. 개인일 수도 있지만 기업일 수도 있고요. 산업적 측면에서 보면 기업이 대부분이겠지요. 로봇을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하며 이를 통해 산업 발전으로 연결하는 한편, 소득이 늘어나고 다른 측면에서 확대재생산을 통한 고용창출이 이어지는 일련의 사이클이 선순환구조입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첫 단추인 로봇산업 자체의 성장입니다. 이것이 달성되지 않으면 설득력을 잃게 됩니다.
Q.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현해야 할까요.
거시적 측면과 미시적 측면으로 나눠 접근해야 합니다. 거시적 측면에서의 로봇을 활용한 선순환 구조는 로봇의 활용, 산업경쟁력 강화, 산업성장, 고용창출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여기에서 산업성장은 생산규모의 증가 및 전후방 연관산업의 동반성장을 뜻하고요.
미시적 측면에서의 로봇산업 육성을 위한 선순환 구조는 공급측면과 수요측면의 선순환 고리를 이어주는 것을 말합니다.
국내 로봇산업은 제조용 로봇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으나 규모가 제한적이고 특히 스마트공장 확산 등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첨단 제조로봇의 활용이 미미한 실정입니다.
서비스 로봇의 경우에도 의료ㆍ재활, 국방, 사회안전,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활용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청소로봇이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등 시장 형성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협소한 국내시장으로 인해 투자 및 제품개발에서 사업화검증을 통해 Track Record를 확보해 양산・수출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 구축이 매우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취약한 수요기반 뿐 아니라 서비스·플랫폼 역량을 갖춘 로봇전문기업과 기술개발·사업화를 선도할 로봇 전문 인력이 부족하고, 핵심부품을 수입에 의존하는 등 공급역량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고요. 제품원가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게 핵심 부품인데 상당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 상 제품가격 등 기업경쟁력을 확보하기엔 곤란한 현실입니다.
따라서 첨단 제조, 의료·재활, 소셜 등 내수기반과 성장잠재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 창출이 가능한 분야에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전략적 시장 창출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시장 활성화를 위한 선제적 제도정비를 강화하고 공공수요 창출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지요.
공급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산업 성장을 견인할 역량 있는 전문기업의 발굴과 집중 지원을 통해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육성해야 합니다. 아울러 로봇 핵심기술과 부품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의 전략적 지원도 필요합니다. 나아가 타 산업과의 협업 활성화나 로봇 전문인력 양성도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코딩과 로봇
Q. 다른 이야기를 여쭙겠습니다. 요즘 S/W 교육이 이슈입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기대반 우려반으로 최근의 S/W 창의교육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2018년부터 초중고 전체에서 S/W 교육이 의무화됩니다. 그러나 막상 교육현장에서는 S/W를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진흥원은 이를 위해 로봇을 활용한 코딩교육을 실시하게 되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아주 효과가 좋습니다. 전국 150여개 학교를 선정해 사업을 진행했는데 PC 기반 교육보다 로봇을 직접 작동할 수 있는 교육을 통해 S/W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수준이 달라지더군요.
다만 영어나 수학 사교육이 문제인 것처럼 코딩교육이 왜곡된 형태로 확산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겠지요.
Q. 로봇이 아직 기업에서만 사용하는 것이란 인식이 많습니다. 일반인 대상으로 한 확산 계획은.
청소로봇과 같은 로봇은 정말 많은 분야에서 활용될 것입니다. 일단 쉽게 설명하자면 로봇 페페나 지니와 같은 것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들은 초급단계의 인공지능이 들어간 로봇이지요. 데이터 마이닝을 통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해 사람 옆에서 친구나 비서 역할을 하지요. 이것은 초기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한편에서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또한 누구의 전유물이 아니며,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요.
우리가 흔히 이를 소셜로봇이라고 하지요. 이것은 빠른 시간 내에 우리 생활 속으로 파고들 것 같아요. 특히 이것이 고령화 사회에서는 노령층을 위한 케어 역할 등을 비롯해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 같습니다.
간병로봇, 재활로봇처럼 헬스케어로 간다는 것이죠. 사실 이 분야에서는 국내 기술력이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웨어러블 형태의 로봇도 있고요. 이런 로봇 보급을 위해 다양한 정책도 필요하겠지만 말이지요.
이들에는 다만 AI처럼 ICT가 반드시 연계되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로봇에게는 통신 기능을 탑재하고 있지만, 중요한 모바일과 같은 ICT 플랫폼은 거의 활용하지 못하고 있거든요. 이런 연계가 활성화된다면 대중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진흥원이 이와 같은 측면에 집중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2020년 10조 시장 만들겠다
Q. 로봇 윤리에 대한 연구는 어떤가요.
로봇 윤리의 문제는 진흥원에서 3~4년 전에 이미 논의했던 사항입니다. 초안도 만들어 놓았고요. 아직 시기상조여서 발표를 안했을 뿐이죠.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이 높으니 국제적으로 통일안이 나올 것으로 생각됩니다. 사실 이 문제는 AI가 발전하면서 핵심 이슈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작업장에서의 안전 문제는 윤리의 문제라기보다는 표준의 문제입니다. ISO에서 협동로봇에 대한 표준을 이미 제정했습니다. ISO15066인데요. 사람이 근접하면 작업을 중지하는 등의 기능을 표준으로 정리한 것이죠. 일단 그 범위 내에서 작동하게 될 겁니다.
Q. 진흥원의 중장기 마스터 플랜을 말씀해주십시오.
정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로봇산업 발전 방안을 웃도는 실적을 내도록 다양한 일들은 추진할 방침입니다. 우선 로봇전문기업을 300개 만들고 이를 통해 3만명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입니다. 계획대로라면 10조원의 생산과 4조5천억원에 달하는 수출이 기대됩니다.
세계 1위 로봇시장인 중국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하여 제조업 권역별 수출상담회 등을 적극 추진하고, 중국시장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수행할 상설홍보관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시장 다변화를 위하여 유관기관 협력해 아세안, 미국, 동유럽 등 시장 확대가 유력한 주요 국가에 지역별 맞춤형 수출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입니다.
여기에 말레이시아, 베트남, 중동 등 아직 로봇시장 규모 등이 미비하지만 수요 잠재력이 큰 국가에 시장개척단을 파견해 국내기업의 신규 시장진출 기반조성을 위한 네트워크를 더욱 공고히 하고, 이를 통해 해외 진출의 실질적인 토대가 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할 것입니다.
김유활 기자 (yhkim@hellot.mediaon.co.kr)
사진 : 장성원 기자 (JEANS@hellot.media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