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상전이(相轉移: 온도, 압력, 조성 등과 같은 조건변화에 의하여 어떤 상에서 다른 상으로 변화하는 현상) 물질을 이용해 초고해상도 픽셀을 구현할 수 있는 차세대 홀로그램 개발에 성공했다. 이로써 향후 홀로그램 동영상 재생이 가능한 디스플레이 패널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는 1㎛(마이크로미터) 픽셀에 가로 세로 3cm 크기의 홀로그램 영상을 상전이 물질을 이용해 구현했으며, 이 내용은 올해 1월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되었다.
이 연구에 사용된 상전이 물질은 최근 재조명받고 있는 칼코게나이드계 화합물인 ‘게르마늄 안티몬 텔룰라이드(Ge2Sb2Te5, GST)’이다. 그동안 DVD나 상전이 메모리 소자(PRAM) 등에 응용된 바 있다. 여기서 GST는 게르마늄(Ge), 안티모니(Sb), 텔루늄(Te)이 결합된 화합물을 말하며, PRAM(Phase-change RAM)은 기존 실리콘 대신 비휘발성 상(相) 변화물질을 이용한 비휘발성 반도체를 말한다. P램은 물질의 상(Phase, 相) 변화를 이용해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로, 상이 비정질 상태에서 결정질 상태로 변화될 때 1비트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빛의 파장에 가까운 픽셀 크기 구현
현재 홀로그램 영상 표시는 액정을 이용한 공간 광변조기 방식이 주로 사용된다. 액정에 전압을 걸어 빛의 위상, 편광을 효과적으로 변경해 홀로그램 영상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액정 소자는 홀로그램 영상의 화질과 시야각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마이크로미터 수준의 픽셀 크기[픽셀피치를 의미함. 모니터의 대각선 길이(mm)÷모니터 대각선의 픽셀 수]를 만들어 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
ETRI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도체 메모리 소자로 연구되던 상전이 물질(GST)을 이용했다. 상전이 물질은 비정질 상태와 결정질 상태를 가질 수 있으며, 이에 따라 투과율과 굴절률이 변하는 물질이다.
따라서 마이크로미터 수준 이하의 픽셀 크기로 만들 수 있으며 빛의 위상 조절이 가능해 홀로그램 영상을 만들 수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기존 액정을 이용한 방법보다 픽셀을 1/4 정도 작게 만들면서 빛의 파장에 가까운 픽셀 크기를 구현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현재 홀로그램 영상을 표시하는 공간광변조기로 주로 사용되는 것은 엘코스(LCoS)로 픽셀의 크기가 3.8㎛인데 ETRI는 이 픽셀크기를 1㎛로 줄인 것이다.
연구진은 상전이 물질을 이용한 홀로그램 소자로 양쪽에 인듐 주석 산화물(ITO)을 이용하고, 그 사이에 반도체 물질인 GST를 적층했다. 이와 같이 복층 박막 구조를 사용하여 상전이 물질층의 두께를 유지하면서 투명전극 층의 두께를 조절함으로써 특정 색상에서 위상변조를 극대화할 수 있는 소자를 만들었다.

▲ 그림 1. 차세대 홀로그램 기술 개발 모습
ETRI는 이와 같은 방법으로 별도의 컬러 필터 공정 없이 박막 두께를 조절함으로써 투명 전극층의 두께에 따라 다양한 색상의 홀로그램 이미지가 생성되도록 했다. 특히, 이 연구 결과에 사용된 물질인 상전이 물질은 수십 내지 수백nm 크기의 집적 공정이 가능하다고 검증된 물질이다.
이번 연구 결과에서도 레이저를 이용한 상전이를 통해 1㎛ 수준의 픽셀로 구성된 3cm 크기의 홀로그램을 제작했다. 이렇게 높아진 해상도 때문에 보통의 LED 빛만으로도 홀로그램 영상이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게 되었다.
실제 개발한 시제품의 경우 스마트폰의 손전등(LED)을 비추자 체크무늬 바탕에 ‘나노(NANO)’라는 녹색 글씨가 홀로그램 영상으로 나타났다. 또한 박막두께를 조절해 파장이 긴 것만 골라 반사시키면 빨간색도 만들 수 있다. 물론 빨간색 외에 다양한 색상도 표현 가능하다.
ETRI는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를 위한 공간 광변조 장치를 개발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화두이자 걸림돌 중 하나인 1㎛ 이하의 초소형 픽셀 구현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밝힌 셈이다.
연구진은 이를 검증하기 위해 상전이 물질 박막을 기반으로 하는 단위 픽셀을 제작했다. 1㎛×4㎛ 수준으로 광변조 영역이 설계된 단위 픽셀 구조에 전기 신호를 줬을 때, 상전이 물질 기반 복층 구조의 광학적 특성이 변화하는 것을 성공적으로 관측했다.

▲ 그림 2. 상전이 물질 기반 홀로그램 이미징 기술

▲ 그림 3. 실리콘 웨이퍼 위, 금속층(반사층)과 상전이 물질층이 증착된 샘플
위에 홀로그램 패턴이 새겨진 마스크를 놓고, 자외선 레이저를 조사해 홀로그램
패턴대로 상전이 물질을 결정화하여 상전이 홀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의 모식도
동영상 재생이 가능한 광 변조장치 개발 가능
연구진은 향후 상전이 물질을 기반으로 2년 내 패널 형태로 제작하여 디지털 홀로그램 영상을 구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동영상 구현과 플렉시블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패널 등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ETRI 황치선 실감디스플레이연구그룹장은 “현 수준의 연구 결과는 상전이 물질을 이용, 정지상 홀로그램 이미지를 구현하는 수준이지만,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동영상 재생이 가능한 차세대 광 변조장치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논문의 제1저자는 ETRI 연구원 출신인 경북대 이승열 교수이고 ETRI에선 김용해 박사, 황치선 그룹장 등이 참여했다. 이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 ‘기가코리아 사업단’의 지원으로 개발되었다.
한편, ETRI는 지난 2015년 말 360도에서 볼 수 있는 테이블탑형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ETRI가 지난 2000년 이후 출원한 홀로그램 관련 총 특허 수는 지난해 말 기준 약 100여 건으로 국내 최고 수준이다.
정리 : 김희성 기자 (npnted@hellot.media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