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화 시대, 정년의 연장과 임금피크제의 도입. 진급은 어려워지고, 청년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는 지금. '1인 제조'의 저자 유재형 RF캠프 대표는 1인 기업, 그중에서도 제조업에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돈을 벌수는 있을까? 설사 가능하다 하더라도 혼자서 일한다는 게 익숙하지도 않고, 지금 하는 일은 너무 지겨운데? 게다가 혼자 회사를 하고 있다고 하면 남들이 무시하지는 않을까? 저자는 이런 질문들에 하나하나 답하듯 조언을 제시한다. <편집자 주>

요즘의 대한민국에서 개인의 정년을 보장해주는 일자리를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일자리 하나를 두고 아버지와 아들이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제대로 된 일자리는 없고 노는 날만 많아지니 더블 잡(double job)이 대세다. 특히 태블릿 PC, 스마트폰, SNS가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개인 공간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났다.
1인 기업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이런 분위기가 시작된 2009년 즈음부터다. 당시 유행했던 대표적 사업 아이템으로는 콘텐츠 제공, 모바일 앱 개발, 소호 몰 운영, 모바일 게임 개발 등이었다. 지금도 1인 기업이라 하면 흔히들 이런 사업들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들 1인 기업은 거품에 불과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독창성, 재미는 갖췄지만 고객이 지갑을 열게 하는 데는 실패하면서 기존 유통 구조를 무너뜨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1인 기업은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속도만큼이나 금세 사그라졌다. 한때 창업을 생각했던 사람들은 다시 구직 대열에 들어서거나 알바를 전전하거나 닭을 튀기거나 로또 판매점 앞에 줄을 서거나 귀농을 꿈꾼다. 이제 1인 기업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내 주위에 아무도 없다.
1인 기업은 정말 허황된 꿈일까? 우리 현실엔 맞지 않는 것이니 1인 기업으로 성공할 확률보다는 차라리 로또 당첨 확률이 높은 것일까? 닭 튀기는 것 외에는 답이 없을까? 결국 귀농이 답일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에 앞서 궁금한 것이 하나 있다. 우리는 왜 여태껏 해온 일이 아니라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에서 기회를 찾으려고 할까? 그 이유는 아마 세 가지 정도로 축약되지 않을까 싶다.
첫째, 혼자 일한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다. 우리는 타인과 함께 일하는 데 무척이나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같은 일도 독립적으로 혼자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이전과 전혀 다른 일처럼 느껴진다. 혼자 하려니 불안하고 엄두가 나지 않는 상황보다는 차라리 처음 해보는 일에 뛰어드는 것이 심적으로 더 편하다.
둘째, 하던 일이 너무 지겹다. 여태까지 해왔는데 앞으로도 계속하려니 지긋지긋하고, 이제는 훌훌 털고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고, 내가 하던 일은 다 구질구질해 보이고 다른 창업 아이템들은 다 대박 날 것 같다.
셋째, 굶으면 굶었지 예전 직장 사람들에게 굽실거리지도 못하겠다. 그들에게 잘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직장을 나가서도 예전과 같은 일을 하며 그 언저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내 모습이 창피하다.
이런 쓸데없고 사치스런 감정 낭비 때문에 우리는 평생 축적한 기술과 경험, 노하우를 방치해둔 채 썩히고 있다. 그 소중한 재능이 동네 통닭집의 기름통 속에 처박히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일단 시작한 통닭집이니 잘되면 좋겠는데, 유감스럽게도 모르는 사업을 해서 성공하는 경우는 없다.
2013년 딜로이트 컨설팅(Deloitte Consulting)이 분석한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은 전 세계 6위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생산 기지의 해외 이전이 가속화되면서 그 순위가 다소 밀리겠지만, 그래도 최고 수준의 제조 환경을 가지고 있음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자신의 DNA 속에 있는 최고의 제조 역량을 외면하고 있다. 나를 평생 먹여 살릴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을 스스로 폐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렇다고 국가적 낭비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거창한 담론엔 관심도 없고 그럴 여유도 없다. 우리는 늘어난 평균 수명과 줄어드는 국민연금 수령액을 고려하면 최소한 70세까지는 일을 해야만 한다. 도대체 어디에서 70세까지 일할 수 있을까? 나는 그 기회를 1인 제조, 즉 귀농(歸農)이 아닌 귀공(歸工)에서 찾고 싶다.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인프라를 갖춘 기름진 토양 위에서 그동안 우리가 제일 잘해왔던 그것에서 말이다.
이 책은 단순히 머리에서 쥐어짜서 종이 위에 끄적거린 결과물이 아니다. 나는 2009년 파산 직전의 상황에서 모든 직원이 떠난 회사에 홀로 남았었고, 빚 갚고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1인 제조를 하게 되었다. 죽을 생각도 여러 번 했고, 땀과 눈물도 정말 몇 바가지 흘렸다. 이 글은 그 고난의 기록이자 내가 1인 기업을 해오면서 겪었던 무수한 시행착오에 대한 반성문이다.
나는 다른 길이 없었기 때문에 나와 가족을 위해 1인 제조를 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1인 제조만이 가지는 특유의 경쟁력이 있음을 온몸으로 체험하고 있다.
1인 제조는 먹고살기 위해 불가피하게 선택하는 창업 형태가 아니라 지금의 국내외 제조 환경에서 어쩌면 최적의 경쟁력을 가졌다고도 할 수 있는, 최선의 기업 형태다. “도대체 혼자서 뭘 어떻게 할 수 있다는 거야?”라며 반문할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가지길, 그래서 그 누구도 10~20년 후까지 보장할 수 없는 자신의 일자리를 1인 제조에서 찾을 수 있길 희망하고 응원한다.
이 책은 1인 제조의 준비에서 폐업까지를 총 99가지 단계로 나누어 이야기한다. 모든 독자가 첫 단계부터 마지막 단계까지 계단 오르듯 하나씩 같이 올랐으면 좋겠다. 나는 순전히 내 개인적 체험과 주관적 확신을 기반으로 이 책을 썼기 때문에, 독자들 입장에서 봤을 때 공감 가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그와 반대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또한 틀린 부분도 있을 텐데, 언제든 제 이메일(jerry.ryu@gmail.com)을 통해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다.
또 한 가지! 어쩌면 99단계 중 특히 반감이 드는 그 단계, 읽기도 싫은 그 단계가 당신의 아킬레스건, 1인 기업을 하면서 당신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약점일 수도 있다는 점을 미리 인정해두자.
1. 1인 제조란 무엇인가?
1인 제조의 정의로 글을 시작하려니 “1인 제조학 개론이냐?”고 묻는 독자가 있을 것 같다. 1인 제조의 99단계를 건널 대장정의 출발점에 서 있는 지금, 1인 제조라는 용어에 대한 개념이 확실히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99단계를 다 넘은 다음 뒤늦게 “이 산이 아닌가봐!”라고 할 수도 있다.
1인 제조라 하면 대부분은 “내가 달인이냐? 혼자 그걸 어떻게 해? 인건비 아낀다고 혼자 하다 골병들어!” 할지 모르겠다.
지당한 말씀이다. 공장 일 혼자 하는 것, 얼마 동안이야 가능할지 모르지만 결국은 탈진하고 말 것이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도 있듯, 이는 열정이 아닌 오기일 뿐이다. 이는 불가피한 상황에서의 임시방편이자 궁여지책에 불과하다.
1인 제조는 지속 가능하고 안정적인, 그 자체로 최적의 기업 형태여야 한다. 인건비 아끼려고 혼자 때우는 한시적인 것이 결코 아니다. 그래서 1인 제조란 ‘혼자 다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혼자서 만들 수 있는 만큼만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혼자서 만들 수 있는 만큼’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가?
첫째, 전체 제조공정 중 한두 공정만을 담당하므로 혼자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1인 제조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다. 특히 자동화가 힘들고 전자적 제어로 통제하기 어려운 공정, 즉 숙련된 사람의 축적된 기술과 경험으로 품질 수준을 결정짓는 공정이 최적의 대상이다. 아무리 컴퓨터와 로봇으로 공정의 효율성을 높인다 해도 반드시 사람을 거쳐야만 하는 공정들이 있다. 1인 제조는 이 특화된 공정만을 외주 처리하고자 하는 업체의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
둘째, 원자재 투입에서 완제품 제작까지 전체 제조공정을 다 맡되 생산량이 극히 적어 혼자 할 수 있는 것이다. 시장 규모가 작고 그 제품을 찾는 사람도 극히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혼자 소량 납품하더라도 고객의 수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제품들이 1인 제조의 대상이다.
셋째, 제조 자체는 하지 않으면서 개발 또는 검수만을 맡아 제품 품질에 대해서 최종 책임을 지는 경우다. 모든 생산은 외주로 진행하지만 제품 개발과 최종 검수는 회사가 하므로, 최종 제품에 하자가 발생하면 그 책임은 회사에 있다. “그게 무슨 제조야? 서비스지!”라고 반문할 수도 있으나, 유형의 제품에 무형의 부가가치를 더하는 것 역시 제조다.
정리하자면 1인 제조란 ①혼자 할 수 있는 한두 공정만을 하는 것, ②극히 적은 수량이라 혼자 만들어 공급하는 것, ③제조는 없고 개발 또는 검수만을 수행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정도면 한번 해볼 만하지 않은가?
1인 제조에 대하여 지레 겁먹지 말자. 내가 만들 수 있는 만큼만 만드는 것이 1인 제조다. 만들 수 있는 만큼만 만들어 팔면서 먹고 살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들겠지만, 생각해보라. 전혀 모르는 통닭집도 하는데 직장에서 여태껏 해온 그 일을 왜 못하겠는가? 자신 안에 축적되어 있는 경험과 기술, 노하우의 가치를 믿어라.
2. 왜 하필 제조인가?
“1인 기업? 하다하다 안되니 이젠 제조업이냐?”라고 하실지 모르겠다. 1인 기업은 사실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경제 상황에 따라 어떤 때는 자격증, 어떤 때는 요식업, 어떤 때는 서비스업, 그리고 최근엔 콘텐츠나 모바일 앱, 게임 등으로 모습을 달리하며 예비 창업자들을 유혹해왔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1인 기업은 ‘한물간 비즈니스 모델’로 낙인찍힌지 오래다. 그럼에도 나는 1인 ‘제조’ 기업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한물간 1인 기업으로도 모자라 침몰 중인 대한민국 제조업으로 돌아가자고 하니 미쳐도 단단히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만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제조’인가? 수십 가지를 나열할 수 있지만 일곱 가지 이유만 살펴보자.
첫째, 프롤로그에서 언급했듯 딜로이트 컨설팅이 조사한 우리나라의 제조업 수준은 2013년 기준 세계 6위로 다른 어떤 분야와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다. 우리는 제조업을 하는 데 세계 최고 수준의 토양과 환경을 가졌고, 우리 핏속엔 제조 DNA가 흐르고 있다. 누구나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할 때 성공 가능성이 가장 크고 1인 기업 역시 예외는 아니다.
둘째, 제조물은 보고 만질 수 있으며, 고객은 이러한 유형의 재화에 대해 기꺼이 현금을 지불한다. 하지만 콘텐츠와 같은 무형의 산출물이라면 웬만큼 재미있거나 유명하지 않은 한 절대 지갑을 열지 않는다. 최근 한 달 사이에 스마트폰 모바일 앱을 돈 내고 구매한 사람 있는가? 거의 없을 것이다. 사람들로 하여금 무형의 산출물에도 돈을 지불하게 하려면 장기간의 마케팅 전략과 무단 복제에 대한 강력한 대응이 필수적이다. 영세한 1인 기업에게 이것이 가능할까? 1인 기업에게는 품질만 괜찮다면 지갑을 열게 할 수 있는 제조업이 최적이다.
셋째, 제조물은 누구에게나 동일한 효용을 준다. 획일적인 가격, 품질, 기능을 가진 제품을 복수의 고객에게 동일하게 공급해도 그들은 불만을 가지지 않는다. 이 점이 서비스와는 다른 점이다. 1인 기업은 고객 개개인에 특화된 개별 서비스를 제공할 시간과 여력이 없다는 점에서, 제조가 매력적인 것이다.
제조는 아니지만 예를 하나 들어보자. 30년 전통의 원조 식당이 있다. 이곳의 메뉴는 딱 한 가지다. 뭘 빼고 더하는 옵션도 없어서 주문과 접수가 매우 간단할 뿐만 아니라 실수할 일도 없다. 접시가 한 종류고 반찬도 단순하니 운반이 쉽고 설거지도 빠르다.
음식 재료도 몇 가지 안 되기 때문에 재료에 대한 전문성은 높아지고 구매 가격은 낮아지면서 품질이 안정된다. 인력이라고는 아줌마 둘이 전부지만 식당은 문제없이 돌아간다. 인사치레나 서비스도 없이 손님도 푸대접하지만 맛있고 싸니까 항상 북적거린다. 이것이 바로 이상적인 1인 제조회사의 모습이다.
넷째, 혼자 제조 공정을 감당할 수 없으므로 1인 제조의 전후 공정을 담당하는 협력 업체와의 협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본인이 아무리 A급의 공정을 유지한다 해도 내 앞뒤 공정 중 단 하나라도 C급이면 최종 산출물의 수준은 C급이 된다. 스케이트 종목 중 단체 추발이란 것이 있다.
세 명이 한 팀으로 달리는 이 종목에서는 가장 마지막에 들어온 선수의 기록으로 전체 팀의 기록이 매겨진다. 1인 제조도 이와 같아서, 나 혼자 아무리 잘 달려도 협력 업체가 엉터리면 전체가 엉망이 돼버린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제조 생태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다시 말하면, 추발 팀을 구성할 A급 선수들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1인 제조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성공 가능성도 크다.
다섯째, 최고 수준의 제조 인프라를 갖추었다는 것은 그만큼 제조업종 내 경쟁이 심하고, 1인 제조사를 대체할 경쟁사도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경쟁사 수만큼이나 1인 제조사가 성공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독점을 해야 성공하지, 경쟁이 심한데 뭔 성공?” 하겠지만 한번 생각해보자. 한국에서 1인 기업이 가장 많은 곳이 어디인가? 세운상가, 구로유통단지나 남대문 시장이다. 이곳들의 공통점은? 가장 경쟁이 심한 곳이다.
고객은 아무리 품질이 좋고 가격이 합리적이어도 1인 기업의 제품을 쓰기 두려워한다. 언제 이 회사가 망할지, 1인 기업 대표가 아파 몇일을 쉴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일 그 제품을 누군가 만들 수 있고, 대체품으로 전환하는 비용과 리스크가 거의 없다면 1인 기업의 제품을 안심하고 쓸 수 있다. 그래서 제조가 1인 기업 최적의 업태인 것이다.
여섯째, 제조물은 공급에 필요한 시간적·지역적 제약이 적다. 농수산물처럼 시간 내 처리하지 않으면 부패하거나 변질되어 가치가 급락하는 품목은 집중적으로 인력을 투입해야 하므로 1인 기업에 부적절하다. 제조물의 경우 오랜 기간 재고로 가지고 있어도 가치 하락의 폭이 작으므로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혼자 생산, 검수, 납품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제조물은 어떤 국가의 사람들이나 사용할 수 있는 데 반해 콘텐츠나 소프트웨어, 게임 등은 국가별로 언어나 문화를 고려해서 접근해 들어가야 하는데, 이것이 지역적 제약이다. 1인 기업에게 이러한 지역적 제한을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이다.
일곱 번째, 최근 전례 없는 내수 시장의 불황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만이 해결책인데, 그렇다면 어떤 업종이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에 대한 높은 평가가 형성되어 있을까? 아무리 콘텐츠나 엔터테인먼트의 한류 열풍이 거세다지만 99%는 제조물이다. 누구나 한국산의 수준을 인정하는 그것을 만드는 것, 즉 제조업을 하는 것이 1인 기업에는 최적이다.
결론적으로 일곱 가지의 이유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하자’는 것이다. 좋든 싫든 하던 것을 해야 가장 잘할 수 있다.

3. 왜 혼자 해야 하는가?
왜 혼자 해야 하는지를 말씀드리기에 앞서 혼자 할 때의 문제점을 먼저 짚어보자. 만일 이 문제점이 정말 치명적이고 해결될 수 없는 것이라면 아무리 1인 제조가 좋아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첫 번째 문제점은 ‘1인의 불완전성’으로, 이는 1인 기업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평소에는 1인이든 팀이든 큰 차이가 없고 의사결정의 속도와 효율성에서 보면 오히려 1인이 팀보다 유리하다. 문제는 사건이 터졌을 때이다. 1인은 감기만 걸려 컨디션이 안 좋아도 어제 내린 결정과 오늘의 것이 달라질 수 있다.
아내와의 조그만 말다툼에도 고객을 대하는 태도가 180도 바뀔 수 있는가 하면, 저녁에 동창회 다녀온 후 차 바꾸는 데 자금을 쓰기도 한다. 이런 변덕은 그 개인 차원에서는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그 1인이 기업 자체일 때이다. 변덕스러운 1인 기업을 상대하는 고객이나 협력업체는 불안할 수밖에 없고, 그래서 혼자보다는 팀을 더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 문제점은 부재 시의 리스크가 크다는 것이다. 아무리 경쟁 회사들이 많고 제품의 대체가 가능하다 하더라도 1인 제조사의 고객은 항상 불안하다. 고객만 불안한 게 아니라 대표 자신도 불안하다. “아프면 어떡하지? 출장 일주일 동안 무슨 사고라도 터지는 거 아니야?” 하며 마음이 졸아붙으면 될 일도 안 될 뿐만 아니라 회사 성장에 치명적인 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다.
세 번째 문제점은 지속적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혼자 하다보면 그 세계에 매몰되어 시장 변화나 신기술 정보에 대해 유연한 반응을 취하거나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솔직히 시간과 돈, 체력 모두 고갈되어 여유있게 회사를 돌아볼 시간 같은 것은 꿈도 꿀 수 없다.
이러한 세 가지 문제점은 너무나 치명적이고 크기 때문에 우리 마음속엔 ‘1인 기업은 상황이 안 되어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박혀있다. 즉, ①여건이 안 돼 인력을 채용할 수 없거나, ②대인관계에 문제가 있어 혼자 할 수밖에 없거나, ③욕심 많은 구두쇠라 혼자서 다 차지하고자 하는 경우 중 하나로 생각하는 탓에 누가 1인 기업을 한다고 하면 축하보다는 측은한 눈길을 보내거나 무시하곤 한다.
어쩌면 “저 1인 기업해요”라고 말하는 것에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가 이러한 선입견과 편견 탓일지도 모르겠다. 내 주변 분들은 이제 내가 1인 기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거의 모두 알고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그분들의 새해 덕담이 대부분 “금년도엔 사업 대박 나서 직원 좀 채용하세요!”라는 것이다.
얼마나 보기에 안타까우면 “사람 채용하세요!”라는 덕담을 건네는 걸까? 내게 ‘대박 나는 것’과 ‘직원을 채용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사안이다. 오히려 대박이 날수록 내 관심은 1인 기업을 어떻게 더 발전적으로 운영할지에 쏠린다.
하지만 연초부터 말싸움하기 싫어 그냥 “감사합니다”하고 만다. 대부분의 마음속엔 ‘1인 기업은 적절하지 않으며 임시방편적 궁여지책’이라는 생각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1인 창업에 대한 책을 읽다 보면 ‘결국 성공해서 몇 십 명을 거느리는 회사가 되었다’는 것이 대표적 성공 일화로 나온다. 그렇다면 그 책은 1인 창업에 대한 것이 아니고 그냥 고난을 극복하여 1인 기업에서 큰 기업으로 성장한 경영서일 뿐이다.
1인 기업은 그 자체로 기업 환경에 적합한 최적의 솔루션이어야 하고, 국내외 시장 환경과 산업 구조의 변화 속에서 지속가능한 기업의 한 형태로 제시되어야 한다. 1인 기업은 궁여지책이 아니고, 대인관계가 잘 안 되는 구두쇠들이나 하는 기업 형태는 더더군다나 아니다.
유재형 RF캠프 대표이사
(jerry.ryu@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