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티]
수소는 에너지 밀도가 높고(122kJ/g, 가솔린의 약 3배) 연소 시 미량의 질소산화물과 물만 배출하는 청정에너지로, 유망한 수송용 연료이다. 또한 중앙집중형 전기 공급 시스템을 대체할 새로운 기술인 연료전지의 원료이기도 하므로, 향후 천문학적인 수요가 예상되고 있다. 2011년 8월, 시장조사기관인 파이크 리서치(Pike Research)는 세계 수소연료 수요량이 2010년 775톤에서 2020년 41만 8천 톤으로 급격히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수소는 주로 석유나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 수증기 개발 반응에 의해 제조되며, 원유 정제 공정 및 제출소 부생가스로부터 분리되거나 원자력을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하기도 한다.
이러한 기술들에 의한 수소 생산은, 생산되는 수소에 비해 훨씬 많은 양의 재생 불가능한 에너지를 투입하여 얻는 것이므로 온실가스 감축 및 지구환경 보호라는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의 기본 목적에 맞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궁극적으로는 생물학적 공정 등 재생 불가능한 에너지 투입이 필요 없는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대체되어야 한다.
그러나 생물학적으로 바이오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은 경제성이 낮아 상용화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구대학교의 김상현 교수 연구팀은 미래창조과학부 기초연구사업(개인연구)의 지원을 받아 연구를 수행했으며, 그 결과 해조류의 미활용 바이오매스에서 다른 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값비싼 멸균 과정 없이 연속적으로 바이오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여기서 바이오매스란, 식물의 광합성에 의해 고정화된 생산량 중 석탄, 석유를 제외하고 아직 이용되지 않고 있는 에너지 자원을 말한다. 그리고 식용, 사료, 화학 원료 등으로 사용되지 못하고 폐기물로 취급되는 것을 미활용 바이오매스라고 한다. 또한 바이오수소는 나무, 풀, 해조류 등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생산하는 수소를 말한다.
경제적인 바이오수소 생산 가능
생물학적 바이오수소는 지속 가능한 수소 생산 방법이지만, 원료와 반응공정상의 한계로 인해 상용화가 쉽지 않다. 여기서 생물학적 바이오수소란, 생물학적 방법과 열화학적 방법으로 나뉘는 바이오수소 생산법 중 이중 화석연료 투입이 필요 없는 것을 말한다.
현재 상업화에 성공한 바이오매스는 옥수수, 사탕수수, 콩, 팜 등 식용작물로서 식량, 토지, 농업용수 부족, 농산물 가격 상승, 윤리적 문제 등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등을 중심으로 간벌재 등 목질계 바이오매스(나무를 구성하는 유기물로 육상 바이오매스 중 가장 양이 많음)를 향후 주력 원료로 사용하기 위한 바이오에너지 생산 공정이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국토가 협소한 나라에서는 목질계 바이오매스를 경제적으로 얻기 어렵고, 목질계 바이오매스 구조상 전처리에 상당한 공정비가 들어가므로 다른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또한 생물학적 바이오 수소를 생산할 경우, 공정 운전 과정에서 수소 생성균 외의 수소를 먹이로 하는 미생물을 지속적으로 멸균해야 하기 때문에 막대한 비용이 발생한다.
그런데, 미활용 바이오매스 중 해조류는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대량으로 확보할 수 있다. 그중 탄수화물 함량이 가장 높은 홍조류의 주성분인 갈락토스[포도당(글루코스)의 이성질체로 한천, 전당 등의 주요 구성 성분이다. 많은 단일 균주가 기질로 활용하지 못하며, 활용하더라도 일반적으로 포도당에 비해 발효 속도가 느리다]를 활용해 값비싼 멸균 과정 없이 연속적으로 바이오수소 생산이 가능한 기술이 개발됐다.
기존 연구와 다른 점
이 연구에서는 갈락토스의 효율적인 활용과 멸균 비용 저감을 위해 단일 균주 배양이 아닌 혼합 배양을 채택했다. 혼합 배양의 핵심은 수소 생성균이 비수소 생성균에 비해 경쟁적 우위를 점하도록 공정 상태를 유지하는 기술이다.
하수처리 과정에서 폐기물로 발생한 슬러지(침전물)를 90℃에서 30분간 열처리한 후 별도의 선별 과정 없이 그대로 반응 초기에 주입했으며, 이것 외에는 일체의 멸균을 실시하지 않고 반응을 진행했다. 이 열처리는 전체 미생물을 멸균하는 것이 아니라 내생포자를 형성하는 수소 생성균이 우위를 점하도록 하기 위해 시행됐다.
내생포자란, 세균성 세포 내에 생성된 포자로 세균의 DNA를 동일하게 보유하고 있으며 열, 살균제, 산성, 알칼리성에 대해 저항성이 있다. 앞에서 설명한 상황과 같이 불리한 환경에 처하면 모세포는 사멸해도 포자는 생존하며, 생존 환경이 회복됐을 때 정상적인 세포로 발아한다. 수소 생성균 중에는 내생포자를 가진 종이 많다.
실시간 중합효소연쇄반응법(qPCR: quantitative real time polymerase chain reaction)으로 수소 생산의 핵심이 되는 미생물의 함량을 모니터링하며, 연속 운전 인자[pH, 갈락토스 농도 및 유량, 소포제(거품 생산을 억제하거나 제거하는 화학 약품) 투입 등]를 조절함으로써 열처리를 통해 수소 생성균이 우위를 점하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로써 멸균 과정 없이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는 바이오수소 생산 기술이 개발됐다.
여기서 qPCR은 특정한 DNA 염기서열을 증폭하면서 증폭되는 양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시료 내 해당 DNA 염기서열의 양을 정량하는 실험 기법이다. 또한, 연속 바이오수소 생산 시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거품 발생(Foaming) 제어를 통해 공정 폐색 및 미생물 손실 가능성을 차단했다.

▲ 열하수처리 과정에서 폐기물로 발생하는 슬러지(침전물)를 90℃에서 30분간 처리하여 식종균으로 투입한 연속 바이오수소
생산 반응 공정 [기질(갈락토스) 투입 10일 이내에 미생물이 고농도로 배양된 것을 볼 수 있다. 실시간 중합효소연쇄반응법
모니터링을 통해 전체 미생물 중 수소 생성균의 분율은 50% 이상을 유지했다]
해외 시장 경쟁력 확보 기대
이번에 개발된 기술을 통해 건조 해조류 1톤당 74m3의 연속 바이오수소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해조류 바이오매스 중 발효 가능한 물질의 함량을 30%로 가정). 이는 목질계 바이오매스의 63m3보다 우수하고 재배 면적당 생산량이 목질계 바이오매스의 3배이며, 처리 비용 또한 절반 수준임을 고려했을 때 경제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발효 속도가 느려 바이오에너지 원료로 활용되지 못했던 갈락토스로부터 연속 바이오수소 생산 기술을 개발함으로서 홍조류 등 미활용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바이오에너지 생산 방법을 제시했다. 또한 재생에너지 관련 기술 확보 및 보급, 수소 경제 조기 산업화를 통한 청정 연료화 기술의 국산화,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시장 경쟁력 확보를 통한 해외 수출 사업화 모델 개발도 기대되고 있다.
김상현 교수는 “이 연구는 홍조류 등 미활용 바이오매스의 주성분인 갈락토스를 미생물의 먹이로 활용하고, 값비싼 멸균 과정 없이 바이오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로써 바이오수소 생산이 연구실 수준을 넘어 상용화에 다가갈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라고 연구 의의를 설명했다.
정리 : 김희성 기자 (npnted@hellot.mediao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