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피부에 부착 가능한 터치패널로 IoT 시장 주도

2016.09.30 19:26:40

[헬로티]

터치패널(터치스크린)이란, 통상적으로 정보 처리 시스템에서 손의 움직임을 감지하여 입력장치 역할을 하는 디바이스를 통칭한다. 터치 패널은 디스플레이 앞면에 위치하여 입력장치, 혹은 독립적인 입력장치로서 기능한다.


터치패널은 모바일 기기에서부터 ATM 머신에 이르기까지 전자기기 입력장치로 다양한 기기에 사용되어 왔다. 하지만 기존의 터치패널은 단단하고 잘 깨지는 일렉트로닉스(전자가 매개체로 전기 에너지를 제어하는 체계. 전기회로, 트랜지스터, 다이오드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소재로 만들어져 구부림, 패널 늘림 등 여러 가지 변형이 제한되었고, 매우 낮은 신축성과 인장성을 갖고 있어 새로운 형태의 플렉서블 웨어러블 기기에 적용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신축성과 모양이 변할 수 있는 터치패널에 대해 계속해서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그 연구들은 계속 일렉트로닉스 소재를 이용했기 때문에 소재 본연의 특성을 완전히 극복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또한 최근 널리 사용되고 있는 Projected Touch Sensing 방식(투명 전극 격자를 패널 밑 부분에 배치해 터치 시그널을 읽는 방식)으로도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렉트로닉스 기반의 기존 연구와 달리 재료의 특성을 극복할 수 있도록 새로운 소재를 사용한 연구가 필요했다. 특히 기존 연구들이 고려하지 않았던 하이드로젤을 통한 이오닉스(ionics: 일렉트로닉스의 전자를 이온으로 치환하여 전도체 역할을 하는 체계) 방식은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고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연구가 많이 진행되지 않아서 이 분야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이 점점 커졌다.


선정윤 교수(서울대학교) 연구팀은 미래창조과학부 기초연구지원사업(집단연구) 지원으로 연구를 수행했으며, 이 연구는 세계적인 학술지인 사이언스(Science) 지에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여기서 하이드로젤은 젤리와 같은 물질로, 가교결합된 고분자 네트워크로 인해 고체처럼 형체를 유지할 수 있지만, 많은 용매를 포함하고 있어 액체와 같은 성질도 갖는 물질을 말한다. 포함한 용매가 물인 경우 하이드로젤이라고 한다.


▲ 피부 부착형 하이드로젤 터치패널


표면 정전용량식 하이드로젤 터치패널


기존의 터치패널은 딱딱하고 잘 깨지는 물질로 만들어져 웨어러블, 플렉서블 장치를 만들 수 없었다. 카본나노튜브나 은 나노 와이어 등을 이용한 플렉서블 투명 전극(가시광선 내에서 높은 광투과성을 가지며, 동시에 전기 전도도를 가진 물질로 만들어진 전극) 등이 연구됐지만 여전히 신축성이나 투과도, 전도도 등의 물성에서 한계를 갖고 있었다.


연구팀은 이온을 포함한 하이드로젤을 이용해 투명하면서도 높은 신축성을 가진 전극을 만들었다. 하이드로젤 내의 이온은 전기전도체로서 첨가됐으며, 이를 이용하여 신축성이 높은 터치패널을 만들었다. 사용된 이온은 염화리튬(LiCl)으로, 물의 증발 현상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LiCl을 포함한 하이드로젤은 대기 중에서 마르지 않고 오랫동안 수분을 유지할 수 있다. 


하이드로젤 터치패널의 구동을 위해 채택된 터치 감지 방식은 표면 정전용량식(Surface Capacitive)이다. 표면 정전 용량식 터치 방식은 패널의 네 모서리에 전극을 연결하고 전압을 인가한 후, 각 모서리를 지나는 전류의 양을 측정하여 이들의 비율을 통해 터치된 위치를 감지한다.


2차원 평면의 터치패널을 만드는 데 앞서, 먼저 1차원의 띠 형태의 하이드로젤 터치패널을 만들고 그 작동 원리를 규명했다. 띠 형태의 하이드로젤 터치패널에서 성공적으로 터치 포인트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으며, 늘어난 상태에서도 동일하게 터치 포인트의 위치를 감지 할 수 있었다. 표면 정전 용량식 방식은 구조가 단순하고 터치 인식 속도가 빠르며 대화면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선, 표면 정전용량식 터치 방식이 하이드로젤 패널에서 구동이 가능한지 알아보았다. 분석을 간단하게 하기 위해 1차원의 띠 형태 패널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 패널 끝에 설치된 전극과 터치포인트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측정 전류값이 증가하고, 멀수록 전류값이 감소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띠모양의 터치패널에서 변형이 일어났을 때의 전류 변화 역시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터치패널을 두 배로 늘린 상태로 실험을 진행했는데, 늘리기 전과 동일하게 패널 양 끝에 흐르는 전류의 양을 측정하여 터치가 일어난 위치를 감지할 수 있었다. 


영역을 확장해 2차원 평면 형태의 터치패널을 만들어 동작하도록 했다. 2차원 하이드로젤 터치패널에서도 동일한 원리를 이용하여 터치된 위치를 감지할 수 있었다. 특히 면적을 10배 이상 늘린 상태에서도 마찬가지로 터치패널로서 동작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와 같이 잘 늘어나면서도 투명한 하이드로젤 터치패널은 설치된 표면의 형상이 바뀌더라도 그에 맞춰 변형되므로, 사람의 피부와 같이 다이내믹하게 변화하는 표면에 쉽게 부착할 수 있다.


하이드로젤을 이용한 터치패널은 쉽게 변형할 수 있으므로 어떤 형태를 가진 표면이든 부착 가능하다. 따라서 기존의 웨어러블 기기를 넘어 인체 피부에 부착되는 형태로도 사용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하이드로젤 터치패널을 사람의 팔에 부착했고, 이를 이용해 글씨를 쓰고 음악을 연주하며 게임을 하는 등의 다양한 동작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이드로젤 터치패널을 컴퓨터와 연결하기 위해서는 중간에 컨트롤러 보드가 필요하다. 컨트롤러 보드에서는 터치패널에 전압을 인가하고 그 전류를 측정한다. 그리고 측정된 신호는 증폭된 후 좌표로 환산되어 컴퓨터로 전달된다.


새로운 소재 기반의 연구 분야 개척


하이드로젤을 이용하여 기존의 터치패널이 구현하지 못했던 구부러지고 늘어나는 터치패널을 구현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제시한 터치패널은 피부에 직접 부착된 상태에서 작동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더 큰 파급력을 가질 것이라 예상된다.


이오닉[ionic: 전하운반체(전기를 흐르게 하는 작용 입자)가 이온인 전기 장비] 소재 기반의 디바이스가 본래 가진 강점을 유지하면서 일렉트로닉 소재 기반의 디바이스에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 수준으로 신호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해 후속 연구가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는 기존의 한계를 넘어선 터치패널을 구현했을 뿐만 아니라 이오닉 소재의 연구가 충분히 실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나타냄으로써 이오닉스라는 하이드로젤 기반의 새로운 연구 분야를 개척하는데 공헌했다고 할 수 있다.


선정윤 교수는 “기존 일렉트로닉 기반의 소재들이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이번 연구에서 구현한 이오닉 소재를 적용한다면 그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이번 연구의 중요성과 의의를 설명했다. 


정리 : 김희성 기자 (npnted@hellot.media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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