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에 대한 관심과 품질 경영을 표방하며 6 시그마 기법 등 여러 방법으로 우리 대기업들은 지속적으로 혁신 활동을 해왔다. 그 결과 대기업의 품질은 이제 어느 정도 체질화되고 문화가 형성되었다고 본다. 물론, 전략과 경영 가치에 따라 보편적 성능을 높인 것인지 글로벌 엣지다운 세계 1등 품질을 자랑할 것인지는 기업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계속 되는 글로벌 원가 경쟁력 압박 속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사업을 지속하려면 품질 차별화는 가장 접근하기 쉬운 방안이다.
그 이유는 원가로 싸우는 게임은 끝이 보이는 게임으로 다가와 있고 이제 우리나라 기업들이 가치를 실을 시대는 오래전에 지났다. 원가 경쟁력은 중국도 정점을 향해 가고 있고 동남아나 다른 개발도상국들이 열심히 할 때 추구하는 가치기에 우리 기업들은 지속적인 품질 개선 활동에 역점을 두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또 당연한 것이다. 그러면서 신 가치 창출 부품을 출시하면 더더욱 기업의 비전은 뚜렷해지는 것이다.
품질 개선이 안 되는 3가지 이유
그러면 대기업은 협력업체에 품질을 그렇게 강조해 왔고 지도해 왔는데,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왜 품질 개선 활동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첫 번째는 품질 개선팀이 없다. 설령, 담당자가 있어도 혼자서는 품질에 공부와 각종 업종별 규격 규제 등을 조사, 연구, 적용할 능력이 안 된다. 어찌 혼자서 APQP, TS 16949, QS9000, PS0 10단계, CMMI, FMEA 등을 공부하고 적용하고 지켜나갈 것인가? 거기에다 최고 경영자들은 ISO, TQM 등 경영자 교육을 받고서 이리저리 하라고 지시만 내리고 행동으로 옮길 사람은 없다. 모두가 원가 때문에 생산할 사람들과 나이 든 생산부장만이 있을 뿐이다. 생산부장은 외국인 근로자 출석 체크하고 고장 난 설비 고치기에도 바쁘다. 심지어 사장들이 직접 고치고 있기도 하다. 품질 개선팀은 대기업에나 있는 사치스런 간접 팀이다.
두 번째는 품질을 개선할 이유가 없다. 불량이 100개 생겼다고 모기업에서 연락이 오면 그냥 창고에서 100개 갖다 주라고 한다. 재고가 없으면 생산해서 갖다 주라고 한다. 생산할 자재가 없으면 자재 구매하라고 지시한다.
이렇게 30여 년 경영을 해 왔고 재산도 많이 모았다. 왜 품질을 개선해야 하는가? 바보는 아니다. 품질을 개선할 담당자나 팀을 구성하면 인건비가 그만큼 소요되기 때문에 인건비 투자 대비 그냥 페널티 지불하고 사죄하며 또다시 다른 공장을 지어 납품하고 살아온 것이다.
어쩌면 전산 담당이나 품질 담당 한 두 사람 채용해도 큰 효과가 없다는 판단에서 경험했기에 그럴 수도 있다. 품질은 생산과 달리 간접업무이기에 투자 대비 효과가 안 나온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아무튼, 의지가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모기업에 부품을 조달하는 중소기업은 이제는 품질 외에는 차별화할 것이 없다.
해외공장에서 직접 조달하면 더 원가가 저렴한데 왜 굳이 한국 중소기업에서 구매를 해야 하나? 그래도 한국 기업이 만들면 보이지 않는 품질이 있기 때문이다. 신뢰 있고 내구성 있고 고장 발생이 생명의 손실이나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중요 부품은 반드시 한국 기업에서 구매하도록 해야 기업의 존치가 가능한 환경이 되어 버렸다. 한국이란 나라는 원가가 저렴한 나라가 아니다. 품질은 단순한 납품에 대한 보증이 아니라, 고객과 기업 생명에 대한 보증인데 말이다.
세 번째는 품질을 너무 어렵게들 생각하고 있다. 참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대기업과 학계는 소통이 가능한 것이 산학협동도 있고 혁신 활동의 눈높이가 대학교수들 이론과 일치한다. 그래서 상호 교차 연구하고 배우고 발전시킨다. 그러한 품질 용어와 활동들은 참으로 거대하고 백번 옳고 감명을 주지만 우리 회사에는 적용 못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도 현장 중심이기에 동의한다.
하나의 예를 들어보자. 대표적인 것이 4M이다. 얼마나 학계에서 강조하는가? 어느 일본 기업을 컨설팅 지도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품질부서가 70여 명이나 되고 본부장이 부사장급이며 매출이 수천억 단위인 기업에서 10여 년 전 수억을 투자해 품질관리를 위한 솔루션을 구매하고 시스템도 구축했다. 놀라운 사실은 그중에 4M 관리가 있었는데, 7년 동안 데이터가 하나도 입력이 안 되었다.
또, 한 예를 들어 보자. 작은 기업에서 모기업이 계속 품질에 대해서 압박하니 4M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역시 가보면 사용을 안 한다. 왜 그럴까? 4M은 적용하는 것이지 보관용이 아닌데 모두들 마치 가구 사듯이 구입하여 보란 듯이 설치만 해 놓았기 때문이다.
4M 취지는 설비, 자재, 방법(레시피), 인력 등을 관리하여 생산 계획과 적정 자재 및 레시피 적용으로 품질 균일화 등을 획득하기 위하여 적용하는 것인데, 단순 보고서용으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역시 현장에서는 품질이 너무 어려운 세계이다.
해법은 간단하다
그럼, 이제 해법을 생각해 보자! 우리가 가진 어렵다는 관념보다 뜻밖에도 아주 쉬운 품질 개선 방안이 있었다. 이것은 현장 사장님들이 놀라워서 전해주는 목소리를 정리한 것이다.
첫 번째는 눈에 보이는 관리이다. H 자동차 업체에서는 2015년부터 매년 150개 2차 협력업체를 선정하여 시스템화를 도와주고 있다. 물론, 품질 향상을 위해 선행 공정에서 적용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인데, 지원금과 전문위원이 코칭을 해주고 있다.
처음에는 형식적으로 하는 기업들이 많았다. 심지어 귀찮지만, 납품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한다는 느낌을 주는 기업도 있었다. 초중종물 검사 시스템을 구축하는 기업도 있었고 LOT 추적 시스템과 금형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기업도 있었다. 추진 중에 현장과 관리 사무실에 대형 모니터를 설치하여 오늘의 생산 계획과 실적 및 품질 불량 상황을 보이게 했다. 어느 사장은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스마트폰에서도 보이게 요청하여 그렇게 구현하도록 코치했었다.
6개월 후 가보니, 사장이 더 큰 대형 모니터를 하나 더 사들여 놓았다. 왜냐고 물었더니,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품질이 30% 이상 더 좋아졌다는 것이다. 이에 사장은 흥이 나서 더 큰 모니터를 추가 구매하여 설치하려 했던 것이다.

▲ 연구개발이건 생산 현장이건 무조건 어디서나 쉽게 눈에 보이는 관리가 되어야 한다. 그러면 품질은 30% 향상된다.
현장에는 외국인 근로자도 있고 한국인 근로자도 있다. 한국에서 근무한 지 20여 년이 지난 외국인은 한국어도 잘한다. 그리고 어떤 곳은 그들이 1급 기술자이기도 하다. 설령, 그 숫자라는 것이 정합성을 넘어서서 보여지는 것 자체가, 우리 회사가 변하고 있다는 것이고 무언과 관리를 하려고 한다는 것이고 현재의 상태를 나타내는 것이기에 사람들은 열심히 하는 게 아닐까. 심리학자는 아니지만 그럴 것이라고 본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인류의 문명이 계측기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했듯이, 항상 현재를 나타내는 것은 우리를 발전시킨다고 본다. 그것이 인간의 속성이라고 필자는 여긴다.
또 어느 사장은 대기업 근무하다가 중소기업을 인수하여 경영하고 있었는데, 웬만한 혁신 지식과 솔루션 경험이 풍부하신 분이었다. 그런데, 막상 사업을 하다 보면 정신없이 하루하루가 지나가기에 그런 사치스런 혁신을 생각할 틈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 필자와 같이 시스템을 추진하고 나서는 이런 말을 했다.
“김 위원님! 지금까지 품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품질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품질 부장을 혼내면 잠시 나아졌는데, 막상 효과가 있을까 했지만, 대형 모니터를 몇 대 천장에 설치하니까 갑자기 품질이 30% 향상되었습니다.”
인간은 리더가 열심히 앞장서면 따라가게 되어 있는 선한 존재인가 보다. 연구개발이건 생산 현장이건 무조건 어디서나 쉽게 눈에 보이는 관리가 되어야 한다. 그러면 품질은 30% 향상된다고 한다.
두 번째는 자동화 투자이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품질이 균일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럴 수 있다. 그러니 자동화를 하자는 것이다. 설비 노후 문제도 있지만, 대부분 품질 불량 시간이다. 작업 교대 시간, 야간작업 시간, 설비나 금형 및 공구 교체 시간, 작업하기 어려운 극한 환경 등이다.
여기에 자동화 장비로 이송하면 파손이 덜하고 로봇을 활용하여 장착과 가공과 용접을 하면 품질 개선은 명확하다. 이렇게 품질이 개선되면 주문을 더 받고 수익도 늘어난다. 그리하여 신공장을 짓고 새롭게 생산라인을 동선을 고려하여 설치하고 생산하면 Mass production 정점에 이르러 생산성 극대화를 추진하게 되고 고객 다양화와 대량 생산, 설비 가동률 극대화로 수익은 더 늘어나게 된다. 또한, 투자를 안 한 기업은 도태되고 그 물량까지 가져가게 된다. 더불어, 그 투자로 인하여 고용 창출과 경기 선순환까지 불러온다.
로봇으로 인간의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단순한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로봇을 활용하면 이익은 창출되고 그 이익에 흥미를 얻은 사업가는 또다시 투자하게 되어 건설과 로봇과 설비 제작업체뿐 아니라 시스템 구축업체도 이익을 얻게 되고 마침내는 그 공장도 로봇과 설비 및 시스템을 운영하는 고도화된 직업을 창출하여 인간의 일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것이 스마트공장이 추구하는 것과 일치한다고 본다.
로봇산업진흥원에서는 매년 중소업체들의 로봇 도입 사업을 지원해 주고 있다. 필자 역시 자문 및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부품 자체의 원가를 줄이기 위한 활동보다도 전체 생산 시스템의 자동화 통한 생산성 향상은 원가 절감과 품질 향상 효과를 가져오고 사업의 스케일을 넓히게 만든다. 이것은 관리가 아닌 경영을 의미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레시피 관리를 통한 고도화이다. 역시 앞서가는 기업은 중소기업에도 있다. 이러한 기업은 앞의 두 가지를 이미 일부 구현했고 확장 단계에 있다. 확장 단계에서도 정부에서는 지원을 물론 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여러 가지 변수가 있다. 설비 노후화와 환경 변화, 즉 온도 습도 시간 압력 등 여러 파라미터가 있다. 외국인 근로자가 많다 보니 압출 같은 공정은 온도에 민감한데, 외국인 근로자들이 빨리 작업을 마치려고 설비 과부하가 수시로 발생하여 불량이 발생한다.
여기서 우리는 설비와 공정별로 그 레시피를 잘 관리하고 센서나 설비 제어반에서 작업 환경을 직시하고 레시피대로 파라미터를 실시간으로 제어할 수 있다면 최적의 상태를 균일하게 유지하여 불량을 예방할 수 있다.
금형 제작업체에서는 공정 단위별로 작업자별로 작업 시간을 기록하여 적정 작업 시간을 제시하고 그 기준을 만족시킨 작업자에게는 성과금을 준다면 공정별로 생산성이 지속적으로 해마다 향상될 수 있다. 이것을 굳이 고급스럽게 표현하면 빅데이터 관리가 되는 것이다.
모든 것이 그러하듯이 처음 관문만 넘으면 그다음부터는 익숙해져서 습관화되어 가는 과정을 가게 되어 있다. 어렵게 공부하고 어렵게 사람을 활용하기보다는 쉽게 적용하고 쉽게 느끼도록 습관화해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준비를 완벽하게 하려 하지 말고 무조건 변화를 만드는 사람(Change maker)이 되라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그 기업만이 배우는 것이 있는데 우리는 이것을 보이지 않는 기술, 돈으로 살 수 없는 기술, 즉 차별화된 기술이라고 일컫는 것이다. 이러한 차별화된 경쟁력은 원가 경쟁력이 있는 개발도상국이나 중국이 자본으로만 쉽게 따라올 수 없는 근본적 차별화 요소이다.
중소기업 현장에서 품질은 기법이나 시스템만이 아니다. 눈에 보이게 나타나면 동기가 되어 자발적으로 개선하게 되고 개선하게 되면 혁신의 흥미를 느끼어 지속적 품질 혁신을 추구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사업의 지속성과 수익으로 보답하게 되어 있다.
이제, 한국에 있는 기업들은 고품질이라는 매력성을 발휘할 시점이다. 스위스에 가서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를 사는 것이 아닌 어느 나라에서나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를 찾게 해야 모두가 사는 것이다.
김명섭 _ 스마트공장 추진단 전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