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혈당 분석기 등 체내 헬스케어 기기 개발 기대
박막 구조의 유연 태양전지(부러지거나 휠 수 있는 성질을 띠면서 빛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장치)를 피부 안에 넣어 심박조율기(심장 박동수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대표적인 인체삽입 의료 전자기기)와 같은 인체 내 의료기기에 지속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인체삽입용 태양전지가 개발됐다.
광주과학기술원의 이종호 교수 연구팀은 미래창조과학부 기초연구사업(개인연구), 우주핵심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연구를 수행했으며, 이 연구는 헬스케어 분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헬스케어 머터리얼스 최근호에 게재됐다.

▲ 필름 위에 제작된 유연한 인체삽입용 태양전지
체내 전력원 확보의 필요성
최근 전 세계가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어 노년층의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기능이 저하된 인체기관을 모니터 및 보조하기 위한 다양한 생체삽입용 의료기기들이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체내에 삽입되는 의료기기는 주로 용량이 제한된 배터리에 의존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없다. 따라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배터리를 교체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재수술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심박조율기를 삽입한 환자는 약 5∼7년마다 배터리를 교체하기 위해 수술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재수술은 노년층에게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인 고통을 야기시킨다.
그런데 만약 인체 내에서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면 재수술로 인한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유연한 인체 조직에 삽입될 수 있으며 지속 가능한 체내 전력원 확보는 다양한 인체 삽입 기기의 발전을 앞당기고 주기적인 수술로 인한 고통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루 약 2시간 발전으로 심박조율기 24시간 구동
이 연구는 손전등으로 피부의 얇은 부분을 비췄을 때 일정 부분의 빛은 피부를 통과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우리 몸에 흡수된 빛을 인체 내에서 전기 에너지로 변환해 사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수행됐다.
체외 태양전지에서 생산된 전력을 체내로 공급할 경우 피부를 통과해 인체 내로 연결되는 전선을 통해서 균이 침입, 염증이 발생할 위험이 크기 때문에 태양전지는 체내에 완전히 삽입된 형태로 사용해야 이러한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최대한의 빛을 활용해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려면 태양전지를 얇은 피부층 아래에 삽입해야 한다.
기존의 태양전지는 두껍고 깨지기 쉬우므로, 피하에 삽입할 경우 몸의 움직임에 의해 파손돼 성분이 체내로 노출되거나 피부에서 분리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피부와 같이 유연한 특성을 갖도록 고성능 태양전지를 딱딱한 원 기판에서 박막(6∼7마이크로미터 : 머리카락 굵기의 약 15분의 1) 형태로 분리했다. 그리고 마이크로미터 두께로 분리된 태양전지를 필름에 결합하는 방법으로 얇고 유연한 인체삽입용 태양전지를 제작했다.
이 태양전지는 14개의 태양전지 배열(단일 태양전지 크기 : 760㎛×760㎛)을 폴리이미드 필름에 결합하고, 심박조율기에 필요한 전압 전류를 제공하기 위해 얇은 금속선을 이용하여 배열을 직·병렬로 연결해서 제작한 것이다.
이 태양전지를 살아 있는 쥐에 삽입해서 실험한 결과, 피하에서 유연성을 유지하면서 0.07cm2 이내의 태양전지에서 직류전류로 647마이크로와트의 매우 높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소형 충전지, 유연한 심박조율기와 결합해 태양광이 없을 경우에도 태양전지를 통해 충전된 배터리로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기존에 보고된 체내 전력 생산량과 비교했을 때 수십에서 수백 배에 이르는 수치이며, 하루 약 2시간 정도의 발전을 통해 현재 상용화된 심박조율기를 24시간 동안 구동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크기 조절이 용이한 구조이므로 밀리와트 이상의 더 높은 전력도 생산 가능해 태양전지 발전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이 전지는 투명하면서 생체 적합성이 높다고 알려진 물질로 코팅됐으며, 자외선 영역의 빛은 태양전지 발전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므로 피부가 그을리거나 타는 화상을 방지하기 위해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더라도 인체 내 전력 생산량은 비슷하게 유지된다.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살아 있는 쥐에 삽입한 태양전지에서 전기를 생산해 생체 내 삽입된 LED를 작동시킬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며, 유연한 심박조율기에 결합해 심장 박동 조절이 가능하다는 것도 확인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인체 삽입 태양전지의 설계, 해석, 제작, 검증, 동물 실험 등을 수행하기 위해 기계, 전자, 재료, 생명, 의학 등의 다양한 배경 지식 및 기술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국내외(GIST, Caltech, Georgia Tech)의 다양한 전문가(태양전지, 피부, 생명, 광학, 나노에너지)와 함께 공동 연구가 진행됐다.
실시간 체내 헬스케어 개발에 기여
이번에 개발된 인체삽입용 태양전지는 간단한 피부 시술로 삽입이 가능하며 현재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심박조율기도 구동할 만큼 충분한 전력 생산이 가능하다. 이는 배터리 교체를 위한 주기적인 재수술을 피하거나 수술 주기를 늘릴 수 있어 환자의 심리적, 경제적, 물리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 LED와 결합된 유연 인체삽입용 태양전지를 쥐에 삽입했으며, 태양전지에
조사된 유사 태양광을 통해 생성된 전력으로 LED가 구동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노령화 사회에서 지속적인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새로운 인체 삽입 전자기기 개발과, 상대적으로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하는 새로운 기능 추가에도 획기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2.3cm 곡률 반경으로 휘어진 유연한 심박조율기(왼쪽)와, 인체삽입용
태양전지에 결합된 심박조율기를 쥐 피하에 삽입하는 모습(오른쪽)
다만, 실제 사람의 피부는 쥐 피부보다 두껍기 때문에 사람에게 적용하려면 좀 더 넓은 면적의 유연한 인체삽입용 태양전지를 개발해야 한다.
이종호 교수는“이 연구 결과는 인체삽입 의료 전자기기의 난제인 전력 부족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 것으로, 많은 전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실시간 혈당 분석기, 질병 진단 센서, 혈액 분석 센서 등과 같은 헬스케어 인체삽입기기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연구 의의를 설명했다.
김희성 기자 (npnted@hellot.mediaon.co.kr)





